예결위, 28일부터 예산 심사…12월 1일 본회의 처리 시한
일자리·남북기금 등 충돌 예고

제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조국 대전’을 치른 여야가 이번에는 ‘예산 전쟁’에 돌입한다.

국회는 오는 22일 정부로부터 513조5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청취하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본격 착수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정부의 시정연설이 예정된 22일 2020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28~29일에는 국무총리, 기획재정부장관 등이 출석한 가운데 종합정책 질의를 갖는다.

이어 오는 30일과 다음 달 4일 경제부처 예산안 심사, 내달 5~6일에는 비경제부처 예산안 심사를 마칠 예정이다. 동시에 각 상임위원회도 소관 부처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한다.

예결위는 각 상임위가 제출한 예산 수정안을 바탕으로 증액·삭감 여부를 결정하는 소위원회를 다음 달 11일부터 가동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예결위 간사는 11월 29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내년도 예산안의 본회의 처리 법정시한은 12월 2일이다.

정부는 올해 예산(469조6000억 원)보다 9.3%(43조9000억 원) 증가한 513조5000억 원을 정책 집행에 사용할 계획이다. 올해(9.5%)에 이어 총지출 증가율은 2년 연속 9%대에 머물면서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갔다.

이에 여야는 사상 처음 500조 원을 초과한 ‘슈퍼예산’의 재정 확장을 놓고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인 민주당은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와 미·중 무역 분쟁, 일본과의 경제적 마찰에 의한 어려움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정을 확장해서 즉시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해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관련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정부와 민간의 요구가 있다면 추가 예산을 반영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슈퍼예산안을 편성한 것은 심각한 ‘재정 중독’의 결과라며 대폭 삭감을 벼르고 있다.

무엇보다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해 예산안 곳곳에 ‘선심성 퍼주기’ 예산을 배치했다고 보고 총선용 선심성 예산은 전액 삭감하고 국민에게 필요한 민생예산은 적극적으로 증액한다는 방침이다.

바른미래당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재정 확대 필요성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는 입장이다. 다만 선거를 겨냥한 포퓰리즘 성격의 예산은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각오다.

다음 달 말까지 이어지는 여야 예산전쟁에서 최대 쟁점은 역시 일자리 예산과 남북협력기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일자리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인 25조7,697억 원으로, 올해(21조2,374억 원)보다 21.3% 증가했다.

민주당은 어려운 경기상황에서 서민 생활의 근간인 일자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반드시 원안을 지켜내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지난달 6일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됐을 때부터 일자리 예산에 대한 큰 폭의 삭감을 예고했다.

고용 창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일자리 예산은 그야말로 청년층·노년층 등을 향한 ‘퍼주기 예산’이라며 불필요한 예산 항목은 철저히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질 낮은 단기성 청년·노인 일자리, 구직자들에게 매달 50만 원씩 지원하는 한국형 실업부조는 총선을 앞세우다 경제를 파탄 내는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남북관계가 소강 국면에 놓인 가운데 올해보다 10.3% 늘어난 남북협력기금(1조2,200억 원)을 놓고도 여야 간 충돌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남북협력기금은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해 온 ‘평화 경제’의 기반을 구축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한 지렛대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역설해 원안 규모를 지켜낼 방침이다.

민주당은 또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회안전망 복지 예산 확대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지키기 위한 지출이란 점을 부각할 생각이다.

보건·복지·노동 부문 내년도 예산은 올해(160조9,972억 원)보다 12.8% 증가한 181조5,703억 원으로 편성됐다.

반면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당은 남북협력기금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전환되지 않는 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며 올해 대비 증액이 아닌 감액을 벼르고 있다.

또, 내년도 보건·복지 분야 예산에는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성격의 ‘눈먼 돈’이 다수 포함됐다고 보고 면밀히 가려내겠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차관 출신인 송언석 의원(경북 김천)은 “전년 대비 증액된 예산의 47%에 해당하는 20조6,000억 원이 보건·복지·노동 예산에 배분됐다”며 “반면 연구·개발 분야에는 8.2%인 3조6,000억 원만 배분됐는데 이는 일본 경제보복에 대응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목소리와 배치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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