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사태’로 386세대가 소환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언행 불일치’가 386 세대 기득권의 모순과 위선으로 대표돼 세대 때리기로 이어지고 있다. 386세대는 자신들보다 윗세대에 대해 썩어버린 정치를 강하게 비판하고 저항하면서 정치적으로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을 해결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586이 된 지금은 대기업 임원의 72%와 국회의원 44%를 점유하는 등 ‘기득권이면서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꼰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386의 윤리의식이 그 이전 세대와 그다지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386은 90년대에 30대, 80학년대 학번, 60년대에 출생한 사람들을 부르는 세대 이름이다. 당시 미국 인텔사가 출시한 CPU80386을 탑재한 386컴퓨터 명칭에서 따왔다. 5공화국 당시 민감한 ‘민주화 운동 세대’라는 표현 대신 정치색을 나타내지 않기 위해 최신 사양이었던 386컴퓨터에 비유한 것이다. 이 세대는 1960년부터 1969년까지 10년간 무려 1000만 명 가량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이기도 하다.

586이 된 386은 사회의 요직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연령대가 됐다. 1000만 명 가운데 성장한 사람들 극히 일부가 기득권에 진입했다. 80년대 당시 대학에 다녔던 60년대 출생자들의 숫자가 무려 250만 명이나 됐으니 극히 일부인 것이다. 이들이 이제 우리 사회의 요직에 앉아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소설가 성석제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 50대가 되기도 전에 은퇴를 했거나, 은퇴 걱정을 하며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많다. 기득권에 취해 있는 이들보다는 여전히 먹고 살 걱정에 시달리는 순응적인 386세대가 훨씬 많다”고 했다. 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86세대는 아직 당 대표도 배출한 적이 없다. 386은 오히려 아직도 권력의 중심이 되지 못한걸 비판받아야 한다”고 했다.

1000만 386 세대 가운데 정치권력 등 기득권을 쥔 극히 일부의 386과 대다수 386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윤리의식을 갖고 언행을 일치시키려 하며, 하루 하루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며 성실하게 일하는 386이 대부분이다. 386은 모두 조국이 아니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