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 지수 차이 '교육 효과'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이른바 ‘갑질 금지법’이 시행된 지 100일이 흘렀으나 중소 영세기업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직장갑질 지수’는 오히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영주의 한 알루미늄 재활용 공장 협력업체에 입사한 A씨는 입사 첫 달을 제외하고 퇴사한 지난달 23일까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

A씨에 따르면 지난 7월 10일 입사 후 1주일의 수습 기간을 거쳐 한 달 가량은 괴롭힘이 없었다.

하지만 두 달째로 접어드는 날부터 직장상사로부터 매일 출근 뒤 관리자 작업 공간에 따로 불려가 10분간 근로계약을 빌미로 협박을 당하거나 업무에 대한 복명복창 등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 등 지속적인 폭언과 괴롭힘을 당했다.

현재 A 씨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6개월 이상의 ‘편집조현병 치료진단’을 받고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상태며, 해당 직장상사를 형사 고발할 계획이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B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B씨는 직속 상사로부터 ‘한 번 더 (집에) 일찍 가면 잘라버린다’는 등 욕설과 모욕 등을 일상처럼 들었다.

그는 인사과 담당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토로했으나 ‘그 사람 성격이 원래 그렇다’라며 별일 아닌 상황으로 치부됐다.

특히, 업무적 질병으로 허리 디스크를 앓는 B씨는 산재 신청 후 휴직기간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상사로부터 ‘아픈 건 개인적으로 아픈 거고, 그럴 거면 개인사업 해라. 너 복귀해도 팀에서 너 반길 사람은 없다’ 등의 폭언을 들었다.

22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전국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갑질 지수, 직장갑질 경험 및 대응 등의 내용을 담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중소 영세기업의 직장갑질 지수는 31.4점으로 직장갑질 금지법 시행 이전인 지난해(28.4점)보다 3점 늘었다.

반면 대기업은 30.6점으로 지난해(37.5점)에 견줘 6.9점 줄었고, 공공부문도 26.0점으로 지난해(35.6점)에 견줘 9.6점이나 낮아진 것으로 집계되면서 영세기업과 대기업·공공기관이 서로 상반되는 결과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사업장 규모별로 직장갑질 지수가 차이 나는 이유로 ‘교육의 효과’를 꼽았다.

설문조사 중 ‘법 시행 전후 직장갑질 예방교육을 경험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공공기관은 59.7%, 대기업은 46.4%가 ‘경험했다’고 응답한 반면, 중견기업은 32.3%, 중소기업은 22.2%, 영세 개인 사업자는 10.1%만 ‘경험했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직장 갑질을 신고하는 피해자들의 80%가 중소 영세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며 “공공부문에서는 자체 규정으로 갑질 예방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고, 대기업에서도 취업규칙을 정비하면서 관련 교육을 의무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실태 점검과 제도적 지원, 홍보 방안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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