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일몰제 기한이 내년 7월로 다가오면서 전국의 시군에 비상이 걸렸다. 곳곳에서 보존을 주장하는 주민과 시군이 갈등을 빚고 있다. 급기야 전국의 시·도 자치단체들이 대책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전국적으로 심각한 갈등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지자체가 나서기 이전에 정부가 해결 노력을 해야 하는데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격이다.

지방의 경우 대부분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어서 정부의 입법 조치나 적극적 지원이 없으면 내년 7월부터 각종 난개발은 물론 주민 갈등이 봇물을 이룰 것이다.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전국 17개 광역 자치단체장들과 관계자들이 ‘다 함께 도시공원 살려요’ 손팻말을 들고 ‘정부의 도시공원 일몰제 대책평가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입법’을 촉구하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시도지사협의회와 전국의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물론 광역·기초의회의장단 등과도 연대해 정부의 도시공원 일몰제 해결 촉구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법으로 도시공원으로 지정만 해놓고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인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에서 풀어줘야 하는 것이다.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가 ‘지방자치단체가 개인 소유의 땅에 도시계획시설(녹지·학교·공원·도로 등)을 짓기로 하고 장기간 이를 집행하지 않으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해당 도시계획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이 판결에 따라 내년 7월부터는 전국의 도시공원 396㎢가 공원 효력을 잃으며 일시에 공원 지역에서 해제되게 됐다.

지방 도시들은 도시공원 일시 해제로 인한 난개발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부지 매입이나 민간 사업자들과 협의해 특례사업으로 개발하는 방법 등을 찾고 있지만 갈등과 부작용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해제되는 공원 부지를 매입하려면 엄청난 재정 부담을 안아야 하기 때문에 지자체가 부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다.

정부는 지자체가 빚을 내 해제되는 공원 부지를 매입하는 방안을 내 놓았지만 자칫 지자체가 빚더미에 올라 앉을 지경이다. 대구시의 경우 공원일몰제로 해제되는 부지의 최소 40% 정도는 계속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지만 난감한 지경이다. 대구시가 일몰제 대상 도심 공원 부지를 매입하는데 지방채를 포함해 48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북 포항시에서는 도시공원 해제를 앞두고 민-민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을 개발해 난개발을 막고 파괴될 공원녹지를 지키자는 주민들과 핵심 지역 개발로 건설업자들의 배만 불리고 결국 녹지를 훼손할 것이기 때문에 개발행위 자체를 반대한다는 주장이 대립해 갈등을 빚고 있다.

도시공원 일몰제 대상 부지는 정부 입법으로 지정한 것인데 재정 부담이나 갈등을 지방자치단체에 맡겨 두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다. 정부는 하루 빨리 대안 입법은 물론 재정 지원 등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