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집권적 국정운영방식 탈피하고, 자치분권 법제화 해야"

김순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장.
김순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장.

김순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자치위) 위원장은 24일 저출산·고령화와 지역 간 격차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치분권과 지역 간 균형발전을 통한 ‘제2의 도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압축성장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고착화 된 중앙집권적 국정운영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경북일보-한국지역언론인클럽과 가진 공동인터뷰에서 “자치분권을 법제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자치분권 법제화와 관련, “30여 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과 함께, 571개 중앙사무를 지방에 한꺼번에 넘기는 지방이양일괄법제정안, 자치경찰제 실시를 위한 경찰법 개정안 등 ‘자치분권 3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꼭 처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역설했다. 동시에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을 8대2에서 7대3으로 구조 개편하는 재정 분권을 추진함으로써 지역이 자율성과 책임성을 갖고 지역 특성에 맞는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해 달라.

△1991년 지방자치 부활 이후 역대 정부에서 지방자치가 발전해 왔지만, 관련 법제화 미비로 지역주민들 체감도는 낮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는 주민주권 구현과 실질적인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자치위는 자치분권 실현 총괄 조정기구로서 지난해 9월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후속조치로 올해 2월 ‘자치분권 시행계획’을 수립했으며, 기관별 이행상황을 점검·평가하고 그 결과를 내년도 계획에 반영해 실행력을 높여가고자 한다.

자치분권 법제화를 위해 자치분권 3법 외에도 주민주권 구현을 위해 지역주민이 지방의회에 조례 제·개정, 폐지를 청구하는 주민조례발안법과 주민투표 대상을 확대하는 주민투표법, 주민소환 청구 요건을 완화하는 주민소환법, 고향 기부로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고향사랑기부금법 등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바란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자치분권정책이 국정의 후순위로 밀린다는 지적이 있다.

△최근 여러 사정으로 국회가 심의 중인 자치분권 관련 법률안 처리가 늦어졌다. 이제 국정감사가 마무리됐기 때문에 각 상임위원회별로 제대로 된 심의가 이뤄져서 국회에 제출된 자치분권 법률안들이 꼭 통과되기를 기대한다.

자치위도 국회가 심의 중인 자치분권 3법 등의 입법화를 위해 국회와 지방자치단체, 지방(자치)분권협의회 등 분권단체 등과 적극 협조해 나가겠다.

-자치경찰제도는 수사권조정과도 밀접한 사안인데, 진행속도가 더디다.

△그동안 여러 정치현안으로 국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올해 3월에 제출된 자치경찰 관련 법안 논의가 지지부진했고, 이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자치경찰제가 빨리 시범실시가 되도록 자치위도 국회를 방문해 법안 처리에 협조를 요청했다.

정부에서는 법안 통과에 대비해 시범지역 선정 작업에 착수했는데, ‘자치경찰 시범운영 지역 선정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6개월 후에 시범실시가 될 예정이다. 시범 지역도 서울과 제주, 세종시를 포함해 시·도의 관심과 준비상태 등 제반여건을 고려해 7~8개 정도로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중앙권한의 지방이전이 늦어지는 이유는 뭔가.

△자치위가 추진하는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은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중앙부처의 소극적인 자세로 미이양된 571개 사무를 한꺼번에 신속하게 지방으로 넘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66개 법률로 19개 부처, 571개 사무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돼 해당 상임위원회별로 검토를 거쳐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인 운영위원회에서 심의 중이다. 참고로, 2013년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서 실시한 국가총사무조사 결과를 보면 4만6005개의 총사무 중, 국가사무는 68%, 지방사무는 32%로 집계된 바 있다. 국가사무는 외교, 국방, 사법과 같이 국가존립에 필요하고, 물가정책, 수출입정책과 같이 전국적으로 통일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하는 사무 등이다. 지방사무는 지역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현지성이 강해 자치단체가 수행하는 것이 효율적인 사무나 전국 통일적이기보다 지역 특성에 맞게 업무 처리가 필요한 사무로 주거환경 개선사업, 경관계획의 수립, 농수산물 안전성 조사와 같은 사무가 이에 해당 된다.

지역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무는 원칙적으로 시군구 사무로, 시군구가 처리하기 어려운 사무는 시도 사무로, 시도가 처리하기 어려운 사무는 국가의 사무로 각각 배분해야 한다는 ‘보충성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지방이양일괄법이 제정되면 분권 목표가 달성된다는 뜻인가.

△현지성이 높고 주민편익이 큰 사무는 해당 지역에서 신속하고 적절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각종 인·허가, 신고·등록, 검사·명령 사무는 물론 지역산업 개발을 촉진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사무의 이양도(추가적으로) 적극 발굴·심의하고 있다.

자치위는 국가와 지방사무의 비율을 현재 7대3에서 6대4를 목표로 중앙행정기관에 집중돼 있는 권한을 획기적으로 지방 이양해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책임으로 지역 특색과 지역주민의 수요에 맞게 사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사무의 일괄이양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인력 및 재정 지원 문제를 해결하고자 ‘(가칭)지방이양비용평가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으로 이를 위한 관련법령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1단계 재정분권이 상당한 성과를 냈고, 2단계 재정분권에 대한 기대도 높다.

△우리나라는 압축성장으로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 들어섰지만 중앙과 지방간, 그리고 지역 간 재정 격차와 불균형이 심화 됐고, 선진국에 비해 지방재정이 열악한 수준이다. 2017년 결산 기준으로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미국은 58대42, 일본은 60.8대39.2 수준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019년 당초 예산 기준으로 78.3대21.7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243개 자치단체 중 65%(158개)가 재정자립도 30% 미만이고, 자체수입으로 인건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자치단체가 전체의 30%(73개)에 달해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통해 주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해 국회에서 부가가치세법과 지방세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해 올해 지방소비세를 4%p 인상, 약 3조3000억 원의 지방세를 확보했다. 내년에는 지방소비세 6%p(5조2000억 원) 추가 인상을 위한 부가가치세법과 지방세법 개정을 추가로 추진하고 있다. 올 연말 법안이 통과되면 연간 8조5000억 원 규모의 지방세가 추가로 확충된다. 또한 지방세 확충과 연계해 2020년부터 지역밀착형 사무를 중심으로 3조6000억 원 규모의 중앙정부 기능을 지방정부로 이양해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권한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1단계 재정분권 TF에서 부처 간 이견이 크거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중장기적인 제도 개편이 필요한 사안을 추가 논의하는 ‘2단계 재정분권 TF’가 지난 9월 6일 출범해 운영 중이다.

올해 연말까지 2단계 재정분권 TF안이 나오면 2020년 상반기 중 2단계 재정분권 추진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기동 서울취재본부장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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