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균 대구한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동균 대구한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보이스피싱 범죄는 2006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이래 지난해까지 전국 누적 피해액만 1조5000억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작년 한 해 동안 전국의 총 피해액은 4440억원으로 집계되었고, 이는 전년(2900억원)보다 무려 82.7% 증가한 수치다. 매일 134명의 피해자가 12억2000만원의 돈을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에게 보내고 있는 셈이다. 대구에서도 작년 929건의 범죄가 발생해 103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전년과 비교해 발생 건수는 1.39배, 피해액은 1.66배 각각 증가한 것이다. 서민들의 피해가 심각하다.

보이스피싱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어설픈 연변 사투리로 자신을 ‘검사’라고 소개하던 보이스피싱 일당을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전화 가로채기’는 기본이고, 이제 휴대전화를 원격조종해 없는 돈까지 대출받아 갈취한다. 피해자 계좌 또는 개인정보가 범죄에 이용됐다고 속여 금품을 요구하는 ‘기관 사칭형’, 저금리 대출로 유혹하는 ‘대출 빙자형’이 많다. 특히 최근에는 ‘팀 뷰어’등 원격제어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해 피해자가 직접 범인에게 송금하도록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원격제어 앱은 개인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도록 해 제3자가 모바일뱅킹, 메신저, 전화 및 연락처 등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SNS가 활성화됨에 따라 온라인 메신저에 접속해 지인이라고 속여 돈을 빼앗은 ‘메신저 피싱’도 급증세다. 피해 건수가 지난해 9,601건으로 전년(1,407건)보다 6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이러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어리숙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절대 아니다. 누구나 보이스피싱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이 보이스피싱 유형별 피해자 직업군을 분석한 결과, 검사나 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하는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자 156명(2018년 기준) 가운데 회사원이 41명(26.2%)으로 가장 많았고, 교사도 13명으로 전체의 8.3%를 차지했다. 의료인도 10명으로 6.4%였고, 공무원도 8명(5.1%)에 달했다. 과거에는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장년층이나 노인층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20~30대 똑똑한 젊은층 피해자도 꽤 발생하고 있다.

이와같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보이스 피싱 범죄 피해를 예방하려면 ‘설마 내가 당할까’ 하는 방심은 금물이다. ‘의심하고, 전화 끊고, 확인해라.’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의 3대 원칙이다.

먼저 자금이체나 계좌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전화는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 보이스피싱 사범이 자금이체를 요구하며 하는 거짓말은 다양하다. 정부기관을 사칭해 본인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며 안전한 곳으로 돈을 보내야 한다고 말하는 게 대표적이다. 현재 갖고 있는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 줄 테니 예치금을 먼저 보내 달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회사에 채용이 됐다며 은행계좌 비밀번호나 공인인증서를 요구하는 것도 새로운 보이스피싱의 수법이다. 급여계좌 등록은 실제 취업 이후 출근 시에 이뤄지는 절차다. 이때도 본인 명의의 계좌번호만 필요하지 비밀번호까지 회사가 물어보진 않는다. 또한, 출처 불명의 문자메시지나 유선으로 특정 앱을 설치하라고 제안할 경우도 의심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 특히 금융당국 직원이라며 앱을 설치하라고 하는 경우는 보이스피싱일 확률이 100%다. 앱을 통한 피싱은 스마트폰 자체가 범죄자에게 넘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하지만 당황해서 잘 모르고 범죄자들에게 돈을 송금한 경우에도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은행에서는 현재 ‘지연인출’ 제도가 시행 중이다. 100만원 이상 입금한 경우 최소 30분간 인출이 제한된다. 이 시간에 112로 신속히 신고하여 절차를 밟으면 범죄자의 인출을 막을 수 있다. 충분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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