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지방정부 자치권·재정 상황 심각 '지방분권형 개헌' 절실"

염태영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

염태영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수원시장)은 28일 정부와 국회가 국민이 기대하는 자치분권을 제도화하는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염 회장은 “자치분권은 필수다. 선진국들은 모두 자치분권을 먼저 실시해 선진국이 됐다”며 “국회와 정부가 자치분권 과제들을 처리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지방분권형 개헌을 달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염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수원시 서울사무소에서 경북일보-한국지역언론인클럽(KLJC)과 가진 공동인터뷰에서 “협의회의 조직과 기능을 대폭 강화했고, 해묵은 자치분권 과제 해결을 위해 지역의 역량을 결집해 나가겠다”면서 “특히 차기 국회에서 반드시 지방분권형 개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관철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염 회장은 여야 간 정쟁으로 자치분권법안들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있는 상황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국회의원소환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시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초 지방정부의 자치권과 재정 상황이 심각한 수준인데도 국회가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법안처리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정부의 ‘자치분권’ 및 ‘재정분권’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의 자치분권 종합계획과 재정분권 정책이 주민 중심의 자치분권을 구현한다는 ‘큰 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자치분권, 재정분권 정책이 풀뿌리 시·군·구 기초 지방정부는 배제된 채 광역시·도 중심으로 추진되는 부분은 우려된다. 시·군·구가 행·재정적으로 ‘광역시·도 종속화’가 더욱 심화 될 수 있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광역시·도 단위 자치경찰제, 광역시·도지사만 17명 전원이 참여하는 중앙-지방협력회의, 시·군·구 기초단위 교육자치의 부재 등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과제에서 시·군·구는 배제됐다.

특히 지방소비세 확대를 골자로 하는 ‘1단계 재정분권’으로 8조 원 가량이 지방으로 이양됐지만, 전체적으로 ‘국세 대 지방세 7:3’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또 지방소비세는 광역시·도세로 시·군·구는 재원 이양의 온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광역 시·도가 확대된 재원으로 광역보조사업을 늘리면 시·군·구 재정은 더욱 어려워질 상황에 처해 있다.

-자치분권 정책의 진척을 위한 대응책은.

△최근 일본과 경제·안보 문제, 북핵 문제, 검찰개혁 등 외교·안보·정치 현안에 정부 역량이 집중되면서 자치분권 정책을 포함한 국정의 다른 이슈들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지방분권·국가균형발전 정책들도 여야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지방이양일괄법안’, 자치경찰제 등 입법 작업이 전혀 진전이 없다. 협의회는 지방 4대 협의체, 분권단체, 학계, 언론, 시민들과 함께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전국으로 여론을 확산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다.

15개 시·도별 지역협의회 함께 ‘시민과 함께하는 자치분권 지역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기존의 토론회나 세미나 방식에서 탈피해 강연회, 결의대회, 퍼포먼스, 문화공연, 박람회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자치분권의 중요성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초정부의 풀뿌리 자치론을 정부가 수용하고 있다고 보나.

△국가의 모든 시책 특히, 복지서비스는 거의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시·군·구를 통해 전달된다. 쓰레기, 교통, 안전, 민원서류 발급, 도로, 건축 등 모든 주민생활을 책임지는 곳이 시·군·구다. 주민과 가까이에 있는 시·군·구가 주민이 무엇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알고 있다. 1개 경기도청이 인구 125만 수원시부터 인구 4만4000명의 연천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문·지리적 환경을 가진 31개 시·군의 사정을 알지 못한다. 시·군·구 기초 지방정부가 실질적인 권한과 재원을 갖고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풀뿌리 지방자치가 실현돼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이번 정부의 자치분권이나 재정분권이 광역시·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기초 지방정부는 배제되고 있어 안타깝다. 광역시·도의 권한과 재원만 강화되고 늘어나는 방향으로 분권 정책이 추진되면서 풀뿌리 자치가 위기에 처한 것이다.

-풀뿌리 자치 강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협의회는 지난 7월 민선 7기 2차 년도 출범과 함께 ‘기초지방정부 위기극복을 위한 5대 선언’을 발표하고 중앙정부와 정치권에 이를 수용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첫째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과 지방이양일괄법의 국회 통과다. 주민중심의 자치분권을 실현하고 변화된 지방행정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

둘째는 기초 지방정부가 중심이 되는 재정분권 추진이다. 지방소비세 인상 등 1단계 재정분권을 추진했지만, 2단계 재정분권은 반드시 시·군·구가 참여하는 진정한 재정분권이 이뤄져야 한다.

셋째는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복지대타협 실현이다. 현재 지방정부는 과도한 복지비 부담과 현금성 복지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전문가, 시민사회가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보편적 복지의 국가 책임성을 높이고 지방정부의 맞춤형 복지서비스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복지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데 앞장서겠다.

넷째는 ‘지방소멸 위기’에 적극적 대응이다. 전국 226개 시·군·구 중 89개(39%)가 소멸위기에 처해 있다. 지역맞춤형 교육, 의료, 복지, 문화 인프라를 촘촘히 설계해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 권역별 토론회 등으로 지방의견을 수렴하고 ‘국가 의제화’해 중앙정부 중심 인구정책의 지방 이양, 관련 입법 제정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

마지막으로 ‘지방분권형 개헌’을 국민과 함께 이뤄내겠다. 2017년 지방분권개헌이 무산된 것은 매우 아쉽다. 그러나 2020년 총선을 맞아 자치분권을 염원하는 국민과 정치권, 시민사회와 함께 지방분권개헌의 불씨를 반드시 살려내겠다.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을 위한 대책은.

△우리나라의 법령상 총 사무는 4만6005건이며, 이중 국가사무가 3만1161건(67.7%), 자치사무는 1만4844건(32.3%)이다. 지난 16년간(2000년~2016년) 3,215개 중앙사무가 지방 이양으로 확정돼 이 중 1,982건이 이양 완료(법령 개정)됐다. 그래서 법 개정을 완료하지 못한 것을 일괄 이양하기 위해 현재 571개 사무에 대한 지방이양일괄법안이 2018년 10월 국회에 제출됐고, 아직 계류 중이다. 사실 중앙정부 권한·사무의 지방 이양은 민선자치가 실시 된 1995년 이후부터 계속 진행됐다. 그러나 그동안 단순 집행사무 위주의 이양으로 실질적 권한 이양은 미흡했다. 또 인력과 재원이 포괄적으로 이양되지 않다 보니 지방의 불만은 높고 체감도가 낮은 것도 사실이다. 협의회는 국회에 계류 중인 지방이양일괄법안의 국회통과를 위해 지방 4대협의회와 공동으로 상임위원회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법안 통과를 설득할 것이다. 또한 기존 단위 사무 중심에서 기능중심의 포괄 이양으로 전환하고, 일자리·복지·교통·환경 등 주민생활 환경개선을 위한 기능을 발굴·이양해 주민 체감도를 높이겠다.

-정부의 재정분권 추진 수준은 어떻게 보나.

△지방소비세 확대를 골자로 하는 1단계 재정분권을 통해 약 8조5,000억 원 가량을 지방으로 이양했지만, ‘국세 대 지방세 7대3’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우며 230여 개 자치단체를 고려했을 때 전체 규모도 미흡하다. 특히, 지방소비세는 광역 시·도세로서 시·군·구 재정분권은 1단계 논의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채 마무리됐다. 광역 시·도가 늘어난 재원으로 보조사업을 확대할 경우, 시·군·구가 그 부담을 떠안게 된다. 다시 말해 시·군·구는 재정분권이 진행될수록 재정압박이 커지고 자율성이 축소되는 역설적 상황에 놓인다. 협의회는 2단계에서는 지방소득세 확대와 국고보조금·시도보조금을 전면적으로 개편해 기초 지방정부가 중심이 되는 재정분권을 추진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다행히 자치분권위원회와 행정안전부에서는 협의회 의견을 수용해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양도소득세, 개별소비세 등 시·군·구의 기간 세원을 확충하고, 광역과 기초 간 불합리한 보조율 관계를 조정하며, 자치구의 과도한 복지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보편적 복지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2단계 재정분권을 준비하고 있다.

협의회는 2단계 재정분권에는 시·군·구 중심의 재정분권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재정분권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고, 이를 중심으로 전문가 포럼 등을 통해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협의회의 향후 활동방향은

△협의회는 ‘기초 지방정부 위기극복을 위한 5대 과제’를 2020년 총선 핵심의제로 선정해 총선 후보자와 각 정당의 ‘공약화’를 추진할 것이다. 아울러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전국적으로 여론을 확산하기 위해 다각적인 활동을 펼쳐나가겠다. 한국지역언론인클럽도 지방을 살리고 실질적 풀뿌리 자치분권을 실현하는 데 동참해 달라. 기초정부는 더 이상 중앙정부, 국회, 시·도의 눈치를 볼 수 없다. 모든 것을 옥죄고 있는 이 틀을 깨고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기초 지방정부 시장·군수·구청장님들이 똘똘 뭉치면 어떠한 난관도 두렵지 않다.

 

 
이기동 서울취재본부장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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