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우 사)국가디자인연구소 소장
허성우 사)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

단생단사(團生散死·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명량해전을 앞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국난극복을 위해 병사들과 백성들에게 단합할 것을 요구하며 한 말이다. 420여 년 후 현재 대한민국에게 가장 필요한 금언(金言)이 아닐까 한다. 조국 전(前)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여·야의 정치적 공방이 헌정 초유의 ‘검찰 광장’을 무대로 한 진영 간 세 대결로 비화하면서 국론분열과 갈등의 소용돌이가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국민통합’ 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가 무색할 정도다. ‘국민통합’ 은 국가의 기초체력으로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선결조건이다. 그런 측면에서 가치와 이념의 대립 속에 극단으로 치닫는 작금의 국민 갈등을 하루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는 절대 보장될 수 없다 .

민주주의 사회에서 갈등과 대립은 당연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갈등을 풀고 하나로 묶으려는 통합의 노력이다. 그게 정치의 본령(本令)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인인 대통령은 통합의 상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집권 3년 차인 현재, 취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문 대통령은 “많은 분야에서 통합적인 정책을 시행해왔다”고 강조했지만 납득하는 국민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인사 문제를 비롯해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 등 충분한 협의가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도 독불장군식으로 처리해 국민을 광장으로 내 몬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책임 통감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국론분열 책임에 대해 여·야 정치권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민의가 광장에서 외쳐진다는 것은 정당정치와 의회정치가 실종됐다는 방증 아닌가? 특히 국정운영에 무한책임을 지고 있는 집권여당의 책임은 더욱 크다. 대화와 타협의 통 큰 정치로 반대편 국민도 끌어안기 위한 노력을 다하는 일은 집권 여당의 당연한 책무이다. 그러나 여당 지도부는 자성하기는커녕 경쟁적으로 수(數) 대결에 나서면서 분열의 정치, 대결의 정치를 더욱 부추겼다. ‘국민통합’ 을 잘 이루고 있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안정된 정치문화에 있다. 첨예한 대립과 갈등도 의회 안으로 들어와 의회절차에 따라 토론의 형태로 진행되고 의견을 좁혀 나간다. 즉 의회가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핵심기제로서의 역할을 다할 때 ‘국민통합’ 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1863년 링컨이 남북전쟁 중 게티스버그에서 한 연설로 미국 역사상 최고의 명연설로 꼽힌다. 노예제 폐지를 주장한 링컨이 1860년에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노예제 문제는 더욱 격렬한 논쟁이 되었다. 그러나 링컨은 노예제라는 첨예한 쟁점에 매몰되지 않고 그 너머에 있는 분열 극복과 통합을 보았다. 오늘의 세계 최강국 미국을 건설하는 기초를 다진 힘은 분열된 미국을 통합시킨 링컨 대통령이 있었기에 생겨난 것이다. 오늘날 미국의 정치가 그나마 세계로부터 부러움과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미국 국민들은 정쟁은 용인되지만 ‘국민통합’ 을 흔드는 그 어떤 정치세력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흔들리지 않는 국가’를 만들겠다고 했다. 대한민국이 전 세계적으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원대한 지위에 오르려면 경제주권, 안보주권도 중요하지만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국민 통합이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며 ‘국민통합’ 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가 한낱 휴짓조각으로 남지 않기를 기대한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다. 남은 임기 동안 초심으로 돌아가 정책의 최우선 과제를 ‘국민통합’에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한다. ‘국민통합’ 은 대한민국이 가장 시급히 극복해야 할 과제이며, 분열된 국민의 상충된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며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의 정치 중심에 대통령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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