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릴 버렸다”, “국회도 우리를 외면하고 있다” 포항 지진피해 가족과 시민 3000여 명이 30일 국회까지 찾아가 정부와 국회의 무관심에 항의했다. 포항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2년 가까이 지진피해를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울분을 토로한 것이다.

지진 발생 이후 대통령은 물론 국무총리, 장관, 당 대표 등이 잇따라 찾아와 온갖 생색을 다 냈지만 안전 대책이나 정부 배상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 지금도 지진의 피해가 가장 컸던 흥해읍의 흥해체육관에는 지진 피해 주민 90세대, 205명이 텐트 생활을 하고 있다. 또 다른 피해 주민들도 이동식 컨테이너에서 하루하루를 힘들에 보내는 등 극심한 불편 속에서 세 번째 겨울을 맞게 됐다. 이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정쟁에만 매몰돼 민생을 돌보지 않고 있다.

여야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과 선거법개혁안 등 민감한 정치 현안을 두고 격심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포항지진특별법을 우선순위로 올려 논의를 이어갈지 매우 불투명한 실정이다. 여야는 절절한 민생의 외침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국회를 찾은 이대공·공원식 범대위 공동위원장단은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각각 방문해 이번 정기국회 회기 중 우선 법안으로 포항지진특별법을 반드시 제정해 줄 것을 촉구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이 자리에서 각 당이 자체적으로 제출한 ‘포항지진특별법’과 관련해 조만간 간사 합의를 통해 지진피해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여야는 지진특별법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서로 신경전을 벌이며 오직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특별법 발의 시작부터 자신들과 상의도 없이 자유한국당이 일방적으로 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서로가 내년 총선을 의식해 피해 주민들의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재난 앞에서도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야 지도부는 지진특별법 제정에 공감은 한다면서도 법안 일부 내용의 의견 차로 수개월째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는 현재 해당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상정돼 있는 포항지진특별법이 이번 정기 국회 회기 중에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을 흔들었던 지진이 발생한 지 만 2년이 지났다. 또한 포항지진이 정부가 추진한 지열발전소로 인한 촉발 지진으로 판명 난 지도 7개월여가 지났다. 이런데도 포항지진특별법은 말만 무성할 뿐 국회에 묶여 있다. 국회에 포항지진특별법 제정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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