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밤 11시25분께 응급환자를 태운 중앙119구조본부 ‘영남1호’헬기가 이륙 직후 바다로 추락해 탑승자 7명 전원이 사망·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헬기에는 독도 근처에서 홍게잡이를 하다가 손가락 절단사고를 당한 환자와 동료 선원, 소방대원 5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 발생 후 나흘째인 3일 오후 2시 4분께 추락헬기 동체를 인양했다. 추락한 지 62시간 만이다. 하지만 동체 내에 있을 것이라던 시신 1구가 확인되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3일 오후 6시 현재 실종자 7명 중 시신 2구 만 수습한 상태다. 나머지 5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당국은 사고 해역인 독도 부근에 풍랑 예비특보가 내려진 어려운 상황에서도 심해 잠수사들을 투입,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한 사람의 환자를 구하기 위해 출동한 악천후, 그것도 야간에 기꺼이 출동한 소방헬기의 조종사와 대원들의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 하루라도 빨리 한 사람도 빠짐없이 실종자 구조가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것이 이들의 헌신과 희생에 보답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이기 때문이다.

헬기 사고는 기체결함이나 정비 불량, 조종 미숙, 악천후 비행 등 서너 갈래에서 원인을 찾는 경우가 많다. 사고 당시 풍속 등 기상 상황은 비교적 양호했다고 한다. 또 헬기의 기장은 23년, 부기장은 17년가량 군과 민간에서 헬기를 조종했던 베테랑들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자연스레 기체 결함 쪽에 무게가 실리게 한다. 사고 기종은 프랑스제 슈퍼퓨마 EC-225 기종이라고 한다. 이 기종은 공교롭게도 국내도입 한 달 후인 2016년 4월 노르웨이 해상에서 회전날개가 본체에서 떨어져 나가 추락하는 사고를 내 탑승자 13명이 모두 숨진 참사가 있었다. 국내에는 사고 헬기와 동일한 기종의 헬기 1대가 2008년 먼저 도입돼 소방청 소속기관인 중앙119구조본부에서 현재 운영되고 있다. 이 기종은 국내 도입 당시 우려가 제기된 만큼 사고원인 규명이 꼭 필요하다.

시신 수습과 실종자 수색이 종료되면 이번 사고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 인양된 동체와 블랙박스, 음성기록 장치 등을 면밀히 분석하면 사고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응급헬기는 ‘하늘을 나는 구급차’로 불린다. 이번 사고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투철한 직업 정신과 사명감으로 생명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대원들의 열정과 헌신을 새삼 일깨우게 한다. 탑승자 중 유일한 한 여성 대원은 병원에서 응급구조사로 일하다가 백령도에서 발생한 환자를 헬기로 이송하는 119 구조대의 활약상을 보고 지난해에 들어 온 신참 대원이었다. 촌각을 다투는 환자를 구조하는 최일선에 있는 고귀한 헌신에 마음 숙연해진다.

군·경·소방당국의 연계시스템 구축 등 응급의료 체계 개선에 사회적 관심을 확대하고, 우리 가족과 이웃의 생명 안전을 지키며 국가와 공익에 복무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우를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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