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응급환자를 실은 소방헬기가 독도 인근에서 추락해 7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야간에 해상에 출동했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 이번 사고는 울릉도와 독도는 물론 산간 오지가 많은 경북 지역 긴급 의료체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긴급 출동을 하는 헬기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31일 사고가 발생했을 때 경북소방본부가 아닌 소방청 소속 중앙 119구조본부 헬기가 투입됐다. 경북 소방본부는 전국에서 가장 넓은 권역을 담당하고 있는데도 배치 헬기는 고작 2대 뿐이다. 그마저도 지난달 초순부터 야간 응급 상황에는 투입되지 못하는 실정이어서 긴급출동 공백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경북소방본부가 보유한 헬기 2대 중 1대는 1996년 6월 도입한 러시아제 카모프 KA-32T이며 다른 1대는 2006년 2월 도입한 프랑스제 도핀 AS365N3 기종이다. 이 가운데 카모프는 산불 진화용 헬기다. 자동항법장치가 없고, 야간비행도 할 수 없어서 긴급의료에 투입되기엔 부적합한 기종이다. 프랑스제 도핀 또한 기상이 좋으면 야간 비행이 가능하지만 높은 파도와 바람이 거센 동해상에서의 작전은 위험부담이 큰 기종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지난달 7일부터 정기점검 중이었다고 알려졌다. 사실상 동해 상의 헬기 긴급출동이 불가능한 공백 상태였던 것이다.

그동안 긴급의료체계 구축이니, 닥터헬기 운영이니 했지만 현실은 이런 것으로 드러났다. 20년이 훨씬 넘은 야간비행 불가 기종에다 의료용이 아닌 산불 진화용 헬기 1대와 도입 10년이 넘은 낡은 헬기 운용으로는 긴급이니, 응급이니 말 하기도 민망한 지경이다.

경북소방본부는 울릉도나 독도 등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강원도나 부산 등 시도 소방본부 헬기나 중앙119구조본부, 동해지방해양경찰청 등과 협조해 헬기를 운항한다고 한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경북소방본부 소속 헬기의 격납고가 대구 동구 K2기지에 있다는 점이다. 분초를 다투는 위급 상황에 운항거리가 짧아야 하는데 대구에 앉아 있으니 이렇게 해서 어떻게 긴급 출동이 가능하겠는가.

울릉도와 독도는 물론 산간 오지가 많은 경북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해서 헬기를 배치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긴급출동이 가능한 헬기 한 두 대로는 지역이 넓은 경북 전역을 커버할 수 없다는 것도 드러났다. 울릉도와 독도를 포함한 경북 동해안지역 전담 소방헬기와 닥터헬기 도입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동해안 119특수구조대’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 올해 준공하려던 계획이 또 2021년으로 미뤄졌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무엇보다 대구에 중앙119구조본부와 경북·대구소방본부, 경북·대구경찰청 헬기가 모두 배치돼 있는 것이 문제다. 경북과 대구 전체를 고려한 헬기의 분산 배치를 하는 등 긴급 의료체계의 전면적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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