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
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

‘중국의 과거가 홍콩이었다면, 중국의 미래를 보려면 선전을 가라’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선전 공항에서 맞이한 풍경은 상전벽해를 실감하게 했다.

여느 대도시들과 비슷한 화려한 고층건물과 잘 정비된 도시의 전경에서 오는 첫인상은 물론, 거리를 누비는 전기자동차와 포항종합운동장 크기의 전기자동차 충전소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또한 안내인은 ‘선전에서는 구걸하는 거지도 현금은 안 받는다’며 휴대전화로 QR코드를 찍으면 자동 결제되는 시스템을 설명해 주었다.

실제로 공항과 호텔 로비에 비치된 자동판매기를 이용할 때도 QR코드 외엔 지폐 투입구도 카드 인식기도 없었다.

‘아! 이곳이 바로 중국의 미래구나’라는 말이 실감 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선전은 홍콩과 인접한 지리적 조건을 이용해 중국 개혁·개방 정책의 창구 역할을 수행하며, 중국의 역사적 변혁을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콩으로의 밀항을 일삼던 가난한 어촌 마을에서 중국 최초의 경제 특구로 지정된 이후 정부의 파격적인 정책 지원과 창업 붐이 일어나면서 중국 전역에서 젊은이들이 기회를 찾기 위해 모여들어 도시 평균 나이 33세의 청년도시이자 중국의 4대 도시로 성장했다.

선전의 오늘이 정부의 지원·홍콩의 자본·값싼 노동력만으로 가능했을까? 선전의 발전 원동력은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이 일어나면서 ‘속도전’에서 ‘품질전’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선전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기로 했다.

선전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인큐베이터와 엑셀러레이터이다.

인큐베이터는 공간·설비·업무보조 같은 기초적인 지원을 해 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엑셀러레이터는 경쟁을 통해 지원할 스타트업을 선별하고, 3~6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에 타이트한 멘토링을 통해 투자유치까지 하도록 만들어주는 지원 서비스라 한다.

즉 인큐베이이터는 회사를 제 발로 일어서게 만드는 것, 엑셀러레이터는 스스로 걷게 만들도록 해주는 것이다.

선전의 대표적인 창업 보육센터 ‘대공방’은 인큐베이터와 엑셀러레이터 두가지 역할을 다하고 있으며, 생산 공장까지 구비하고 있어 원스톱 지원은 물론 창업 지원에서 투자 및 제품 생산을 위한 시제품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게는 하루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잉단(IngDan)’은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 창업자가 제품 컨셉만 가지고 오면 디자인·부품사 연결·제조·마케팅·유통까지 지원을 하고 있으며, 선전 곳곳에는 노트북 하나만 들고 가면 사무실이 되는 공동 스페이스이자 카페가 즐비했다.

첨단지능정보기술이 사회와 경제 전반에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지금 창업과 창직의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 선전, 미래 먹거리를 끊임없이 연구하는 도시 선전을 누구든 직접 보게 된다면 ‘선전 드림’의 꿈을 한 번씩 꿔 봄 직 할 것이다.

포항시를 비롯한 우리나라 곳곳에도 창업 지원 시스템이 운영 중이지만 창업 성공 확률은 높지 않으며, 아이디어가 상품화가 되기까지 준비·비용·절차의 벽이 높기만 하다.

포항시 경제구조를 혁신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포항의 인프라를 활용하려면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고 할 정도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 모델이 바로 선전이라고 확신하며, 새로움에 대한 열린 자세가 얼마나 큰 결실을 가져오는지 절실하게 체감한 출장이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