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밤 11시께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헬기가 독도 인근 바다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상에서 손가락이 절단된 응급환자를 구하기 위해 야간 출동을 했다가 이륙 2~3분 만에 추락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 헬기에는 조업 중 부상을 당한 응급환자와 동료 선원, 소방대원 등 모두 7명이 타고 있었지만 모두 사망, 실종됐다.

정부는 헬기 추락 사고 발생 이후 지휘 감독할 컨트롤타워 없이 우왕좌왕하며 혼선을 빚다가 6일 만에야 ‘범정부수습지원단’을 구성했다. 정부는 대형 사건이 터질 때 마다 ‘매뉴얼을 만들겠다,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 했지만 똑같이 참담한 사고가 잊을만하면 되풀이 되고, 초동 대응 또한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포항비행장 활주로에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시험비행 도중 추락해 장병 5명이 귀중한 목숨을 잃었다. 나라를 위해 생때같은 장병들이 순직했지만 청와대는 영결식 직전까지 조문 인사를 보내지 않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분향소나 영결식장을 찾지 않아 순직장병에 대한 국가의 홀대 논란이 일었다. 유족들은 “대통령이 낚싯배 사고에는 긴급 성명을 내면서 군 장병이 순직한 데는 발인 날에야 조문객을 보내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당시 장례절차가 끝나지 않은 사고 발생 사흘 뒤에는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에서 직원들과 영화 관람을 한 것에 대해 유족은 “가슴이 터지는데 영화관람을 할 수 있나”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이번 소방청 헬기 추락에도 정부는 초동 대응에 문제를 노출했다. 정부와 청와대, 정치권, 지방자치단체장 들은 말 잔치만 벌이고 강 건너 불 보듯 하다가 유족들이 반발하고, 여론이 크게 악화 된 후에야 ‘대책반을 꾸리겠다’,‘슬픔을 함께하겠다’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 이런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에 울분을 참지 못한 유족들은 “쇼 하지 말라”며 분노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 엿새만인 5일에야 뒤늦게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유가족을 찾아왔다.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가 난 지 6일째인데 이제 왔느냐, 생색내려고 왔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정부가 군 장병이나 119 소방대원이 재난에 뛰어들어 순직한데 대해 이렇게 홀대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생명안전을 포기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홀대는 대형 재난에 대한 컨트롤타워 부재와 매뉴얼이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는 증거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사명을 다한 이들의 희생이 더 이상 헛되지 않게 다시 한 번 매뉴얼을 가다듬고, 유사 사고가 재발 되지 않게 철저한 조사와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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