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건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박창건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이어도의 해도상 명칭은 ‘소코트라 바위(Socotra Rock)’라고 불린다. 이는 1900년 영국 상선인 Socotra호가 이 암초에 의해 좌초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이어도는 ‘파랑도(波浪島)’라고도 불리기도 하며, 한국 최남단 도서인 마라도로부터 제주도 남서쪽 149km에 위치한 남북 1,800m, 동서 1,400m의 타원형 수중 암초이다. 한국 정부는 1952년에 ‘대한민국 인접해양의 주권선언’(일명 평화선)을 선포하면서 우리나라의 관할수역으로 포함시켰고, 2003년에는 이어도 위에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한국종합과학기지를 건설했다. 한중어업협정은 조업 수역에 위치한 이어도에 관련된 명확한 규정 없이 1993년 12월부터 실무회담에 착수했고, 2000년 8월에 서명했으며, 2001년 6월 30일에 발효되었다. 2006년 12월에는 한중해양경계획정 회담에서 이어도가 수중 암초이므로 양국 간의 영토분쟁이 없음을 천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 3월 3일, 중국의 국가해양국장인 류츠구이(劉賜貴)가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을 앞두고 <신화통신(新?通?)>과의 인터뷰에서 ‘쑤옌자오(蘇岩礁·이어도의 중국명)는 중국 관할 해역에 있으며, 감시선과 항공기 정치 순찰 범위에도 포함된다’고 발언하여 이어도 문제를 영토분쟁으로 확산시키는 양상을 보였다. 게다가 현존하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은 남한 면적의 3분의 2수준으로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 혹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과도 중첩되고 있다. 이어도 주변 공역은 한국과 중국,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이 모두 겹쳐 있기 때문에 2019년 7월 23일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사전 통보 없이 국제관례를 무시하고 무단으로 침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적 인식하에서 이어도 관할권 확보를 위해 우리는 해양주권의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첫째, 한중 양국의 경계획정 원칙을 둘러싼 정확한 이해이다. 한국은 서로 마주 보고 있거나 또는 인접하고 있는 해안을 갖는 국가 간에 있어서, 경계획정 원칙의 하나로 경계를 기선상의 가장 가까운 점에서 동일한 거리에 있는 중간선으로 하는 ‘중간선의 원칙(median line principle)’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은 육지 영토의 전부가 중국 영해 이원으로 자연 연장되어 대륙변계 외연까지 뻗어 나간 해저 구역의 해저와 그 하층토로 EEZ을 규정하고 ‘육지 영토의 자연적 연장’에 기초한 대륙붕 개념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이어도를 접하고 있는 해안선의 길이와 인구가 많은 국가가 더 넓은 영역을 차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담고 있다. 중국이 주장하는 ‘형평의 원칙’은 주로 인접국 간의 해양경계를 정할 때 이용되며 한국과 중국의 경우인 대향국에는 적용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양국 정부 입장의 차이가 한중해양경계획정을 위해 수차례의 실무자 회담을 개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협상이 미완성의 형태로 남아 있는 주된 원인일 것이다.

둘째, 이어도 관할권 확보를 위한 올바른 인식 정착을 향한 시민 교육의 확산이다. 2007년부터 중국은 정부 기관의 인터넷 사이트에 ‘쑤옌자오’는 중국의 땅이라고 전파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우리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어도가 무관심 속에 방치된 상황에서 2007년‘이어도 연구회’(http://www.ieodo.kr/)가 출범했다. 이 연구회는 이어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해양주권을 위한 이론적 개발과 관련 이슈에 관련된 실증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민간연구단체이다. 구체적으로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활용한 해양·기상·환경 관측 등과 관련된 각종 연구와 해양법에 대한 해석과 이에 대해 중국과의 협의 및 관할권 주장의 논리 구축, 이어도 해양아카데미 개최, 청소년 해양주권 교육 등에 대한 연구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이어도에 대한 국민 관심을 강화하기 위해 민간단체의 이어도 관할권 확보를 위한 시민 교육을 확산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셋째, 동북아 지역의 해양과학협력 전략을 구축할 수 있는 환경 제공이다. 이어도에 대한 과학적 조사를 처음 시도한 것은 1951년 한국 해군과 한국 산악회 공동 팀에 의해 착수되었으며, 1992년 중국이 정밀 측량을 실시하였다. 한국의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는 1995년 당시 과학기술부 산하 한국해양연구원이 현장조사를 본격적으로 시행했고, 2003년 6월부터 관리·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이어도의 해양과학기지는 최첨단 해양 기상 환경 관측체계를 갖추고 기상 예보, 지구환경 문제, 해상교통 안전, 해난 재해 방지 등의 연구에 활용된다. 뿐만 아니라 태풍 예보의 정확도를 높여주고, 재해를 예방하는데 유용하고, 북서태평양 지역의 기후 변화와 해양 환경 특성을 파악·예보하는데도 중요한 연구 자료를 생산하는 등 해양과학의 협력 기반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는 국제사회에서 동북아 지역을 해양과학 협력 설비를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제도적으로 마련해 주는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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