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11일 지역 의료 격차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살지 않더라도 응급·중증질환 등의 필수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의료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중소 병원을 우수병원으로 지정하고 양질의 병원이 없는 상주권, 거창권, 영월권 등 전국의 9개 지역에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 등 공공병원을 새로 짓는다는 계획이다. 전국 9개 거점에 경북의 문경을 포함한 상주권이 포함됐다.

지역 간 의료격차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증 질환에 걸리면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 진료 상담을 받은 뒤 입원이나 수술 날이 잡히고, 대기 기간이 길면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오래 기다려야 하고 짧으면 오도 가도 못하고 병원 인근엔 숙박업소를 잡아 대기해야 한다. 지금도 서울의 큰 병원 인근 숙박업소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와 보호자들이 북적인다. 시간과 경제적 부담이 엄청나서 가계파탄 지경에 빠지게 하기도 한다.

경북 지역은 큰병 뿐 아니라 노인들이 앓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도 마땅히 진료를 받을 곳이 없는 지역이 많다. 중증질환에 걸리면 서울시민은 93%가 서울에서 진료를 받지만 경북민의 경우 23%만이 경북도에서 진료를 받을 정도다. 농촌을 살리자, 인구 유입 대책을 세우자고 하지만 경북 지역 농어촌에서는 병원이 없어서 살 수 없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복지부의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에 따르면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지 못해 숨지는 환자의 비율(치료가능 사망률)도 경북은 인구 10만 명당 78.3명(2015년 기준)이나 된다. 강원(80.7명)에 이어 전국에서 2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서울(59.1명)보다는 19.2명이나 많았다. 경북의 영양군은 107.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치료 가능 환자의 사망률을 기록했다.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도 경북(1.3명)이 서울(2.9명)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전국에서 꼴찌다.

정부가 지역 의료에 인력과 재정을 투입하고 의료 격차 완화에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의 의사 수 부족과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료 거점 지역에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설립의 길을 터줘야 한다. 인구 50만 명이 넘는 경북 포항시의 경우 연구중심 의과대학·병원 설립이 시급하지만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의과대학·병원이 있는 진주시나 원주시, 익산시, 제주시에 비해 인구가 훨씬 많은데도 의대 설립이 되지 않고 있다. 포항시의 주요 병원에서는 유능한 의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고 지역민들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규제를 풀어서 의과대학·병원 설립을 허가하는 것도 지역 의료격차를 해소하는 길이다. 의료사각지대 해소책으로 기대를 모았던 원격의료가 의사들의 반대와 규제에 가로막혀 좌절됐다. 이번 정부의 지역의료 격차 해소책도 보여주기식의 정책 나열에 그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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