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일자리연구실장·연구위원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일자리연구실장·연구위원

지난해까지 경북지역 기업은 인건비 부담 등으로 인해 해외진출이 계속해서 증가하였다. 실제로 지역기업의 해외진출은 수출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나 국내 고용감소와 현지생산에 따른 이익구조 변화 우려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현재도 아세안(ASEAN)지역 진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아세안 국가들은 외환위기 이후의 안정적 경제정책과 중국의 급성장 등을 배경으로 2000년대 들면서 글로벌 경제에서의 위상이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아세안 5국은 2000년 이후 연평균 5%를 상회하는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아세안 국가들의 대외무역에 의존한 성장모델에 중장기 위험요인이 확대되고 있다는 부정론과 중국의 역할을 대체할 새로운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긍정론이 같이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18년간 대(對)아세안 수출이 연평균 9.3%씩 늘어났다. 지역기업의 수출도 경북 8.9%, 대구 6.7%씩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세안지역 진출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의 중간재 수요 증가로 인한 수출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ASEAN 수출금액이 1,001억 달러이고 수입금액도 596억 달러에 이르렀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미국과 중국시장에 의존해 있던 국내기업이 지속적인 수출시장 다변화 노력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으로 진출하였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국내기업들의 아세안 수출의 71.4%가 중간재이고 수입의 48.2%도 중간재이다. 또한 수입의 24.3%는 1차 생산품인데 반해 소비재 수출은 10.6%, 수입은 12.7%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생산기지 역할을 하면서 수출은 증가하고 있으나 국내기업의 아세안 소비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진출은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지역을 살펴보면, 올해 10월까지 경북지역에서 아세안으로 수출하는 제품 중 원자재가 52.0%, 자본재가 44.3%, 소비재가 3.7%로 대부분 원자재와 자본재이다. 지난해에 비해 소비재는 오히려 감소하였다. 결국 국내기업뿐 아니라 경북지역 기업의 해외 소비시장 진출은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아세안국가를 여행해보면 한국산 소비재는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분석한 아세안 5국의 무역구조의 내용을 보면, 이들의 역내 교역은 부진한 반면 대중국 수출입 비중은 빠른 속도로 확대된 모습을 보인다고 하였다. 결국 고도성장을 하고 있는 아세안이지만 아직 소비재시장은 저가형 생활용품 중심으로 중국산 수요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는 아세안 5국의 국가 간 비교우위가 뚜렷하지 않아 가격 경쟁력에 우위를 보이는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차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고도성장이 지속될 경우 이들 국가에도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아세안과 중국 간의 협력관계가 다소 정체되면서 한국 및 일본과는 역내 분업화를 통한 경제협력 관계가 보다 밀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변화를 고려하여 우리나라도 아세안 진출 확대를 위한 중장기전략에 소비시장을 염두에 두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아세안 국가 중 유일하게 집중하고 있는 베트남뿐만 아니라 여타 아세안국에 대한 경제협력관계 확대, 기술협력 중심의 교역관계 발전 등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존의 교역구조를 아세안 전 지역으로 확대하고 소비재 수출이 가능한 지역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미국과 일본에서 보듯이 해외로 사업장을 옮긴 국내기업의 리쇼어링(re-shoring) 관련 정책도 기업유치 정책으로 보고 해외진출과 리쇼어링에 대한 정책지원을 동시에 추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역 기업이 돌아오고 싶어도 국내 고임금, 규제, 내수시장 확보문제 등으로 망설이고 있다. 더 걱정되는 것은 신흥국으로 진출한 기업이 돌아오기 위해서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기술과 제품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연구개발지원과 기업회귀를 위한 정착지원 등의 정책적인 고려도 반드시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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