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만져보고 싶었다

먼저 옥상 딸린 집을 구해야 했고
옥상에서 별까지의 거리를 잴 수 있는 줄자가 필요했고
별을 당길 수 있는 천체망원경이 필요했다

별가지의 거리는 그믐처럼 깊어서
이쪽과 저쪽에서 줄자의 양끝을 들고
당신과 내가 허공을 맴돌다가
가끔 바람에 흔들려 중심이 무너지기도 했다

차츰 별을 만지는 방법에 꾀가 늘어나면
아주 오래된 별자리를 그려보기도 했다

절망이 희망을 낳던 밤
그리운 별을 만지는 방법은 꿈속에 있었다

봄비가 내렸다
별빛이 꺼지자 시선의 행방도 사라졌다

<감상> 별을 만지려면 옥상이나 다락방이 있는 집을 구해야 한다. 이 공간이라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줄자나 천체망원경보다 오래 꿈꿀 수 있는 집이 있기에 가능하다. 나와 별의 거리, 나와 당신의 거리, 삶과 죽음의 거리를 어찌 줄자로 잴 수 있겠는가. 늘 그 거리를 생각하면 중심이 흔들리고 그리운 이의 별자리를 그려보게 된다. 별을 만질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꿈속에서나 가능하다. 꿈속에서는 나의 소망이, 희망이 그려지고 만져질 수 있으니까. 어둠의 배경 속에서 별빛이 찬란하고, 어둠이 사라지면 별빛도 시선의 행방도 꿈처럼 사라지고 만다.<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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