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 금상

파밭에 호미 날로 쓴 노모의 경전을 읽는다
흙 속에 스며든 문장들이 뿌리를 박았다.
빗물을 받아먹고
지각의 영양분으로 살아가는 글들은
파릇파릇 파잎처럼 반듯하고 꼿꼿하다
바람에 펼쳐지는 책의 귀퉁이부터
순식간에 점령하는 잡풀들을 뽑아내는 호미
무엇을 증언하고 싶은 걸까
실뿌리에서 뽑아 올린 한 구절을
닳고 닳은 몽당 쇠판에 또박또박 새긴다
행간 사이에 한숨을 장단으로 넣으며
호미질에 불꽃이 튀는 경전 쉼 없다
정직한 마음을 가르치는 말씀보다
이윤이 왕이 된 세상에서 내내 괴로웠으리라
노모는 가끔 발등이 찍혔다.
눈물이 핑 돌았지만 멈출 수가 없는 일필서
이 일은
몸도 마음도 생각도 건강해지는 일이었다
태풍이 몰아쳐도
어깨동무하는 가족들을 살려야 했기에
파밭에 빼곡히 적는 한 마디 한 마디는
골수에 사무쳤다.
희망이 나부끼는 파밭에서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이고, 무릎 꿇는 밭고랑
햇볕이 폭설처럼 쏟아지는 이 밭고랑이
노모가 살아가는 길이었던 것
땅을 파헤치는 호미 날에 글자들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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