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 광고 넘쳐…염색·퍼머 모발은 ‘사양’

야후 옥션 사이트에 올라온 모발 상품. 야후 옥션 사이트 캡처
일본 인터넷에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팔아 돈을 버는 ‘인모(人毛)매매’가 확산하고 있다. 길고 아름다운 모발일수록 비싸게 팔린다.

“20대. 일본인 인모. 50㎝ 196g. 탄력이 있어 매끈매끈”

아사히(朝日)신문이 18일자에 소개한 인터넷 경매사이트 ‘야후오크’에 올라온 머리카락 선전문구다. 머리를 커트하기 전과 후의 여성의 뒷모습이나 잘라낸 머리카락 묶음 사진도 같이 올라와 있다. “염색이나 퍼머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 선전문구도 보인다. 31건의 입찰이 이뤄져 4만 엔(약 43만 원)에 낙찰됐다.

경매에 나온 물건은 잘라낸 머리카락 다발이다. ‘인모 머리묶음(?束)’으로 검색해 보니 지난 4개월간 280여건의 낙찰사례가 검색된다.

“초등학교 6학년 여자 아이의 인모”, “27세의 머리카락 다발 30㎝”, “70㎝ 차이나” 등 머리카락 주인의 연령대와 성별, 국적, 길이, 무게 등의 설명이 붙어있다. 수천 엔에서부터 수만 엔대의 낙찰이 많다.

“머리카락이 굵어 튼튼하다”, “가늘고 찰랑찰랑” 상품 설명란에는 머리카락의 성질, 특징 등과 함께 자른 날짜와 사용해온 샴푸 등의 메이커를 밝힌 것들도 있다.

배송시 흐트러지지 않도록 고무밴드 등으로 묶은 머리카락 다발을 랩으로 포장, 지퍼가 붙은 주머니에 넣어 발송한다는 설명문을 붙인 출품자도 눈에 띈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파는 걸까.

야후오크에는 의료용이나 미용목적의 가발이나 부분가발, 인형제작 재료 등으로 출품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거래는 인터넷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야마구치(山口)현 시모노세키(下關)시에 있는 ‘탐탐’사는 5년여 전부터 연간 수만명분을 매입하고 있다. 가격은 100g당 31~40㎝가 1천400 엔(약 1만5천 원), 61~70㎝ 짜리는 3천600 엔 이상이다. 길고 아름다울수록 가격이 높다. 퍼머를 했거나 손상된 모발, 남성 모발, 31세 이상 여성의 모발 등은 사지 않는다. 담당자는 “나이가 들면 모발의 수분량이 줄기 때문에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연령제한을 둔다”고 설명했다.

탐탐도 머리 염색약의 효과를 시험해 보거나 인형의 눈썹 제조용으로 관련 기업에 사들인 모발을 판매한 적이 있지만 대부분 가발제조업자에게 판매한다.

일본모발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가발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건 반세기 전이다. 당시에는 인모로 만들었지만 이후 화학섬유로 만든 인공모가 등장했다. 현재는 인모와 손질이 쉬운 인공모를 2대 8 정도의 비율로 섞어 만드는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비율이 외관과 만질 때의 느낌이 자연스럽다.

일본 국내에서는 인모가 거의 유통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나 인도네시아인의 인모가 주로 이용된다.

붙임머리와 가발 도매어업체 ‘젠틸’(도쿄도)도 중국, 인도네시아 외에 인도, 미얀마인의 인모를 사용한다. 구입한 인모는 표면을 염산 등으로 씻어내고 염색한 후 코팅해 붙임머리나 가발로 가공한다. 야후오크에서 구입한 인모도 제조업자에게 넘겨 같은 처리과정을 거쳐 가발을 제작한다.

젠틸사에 따르면 중국인의 모발은 굵고 튼튼해 제품화에 적합하지만 구하기 어려워 가격이 10년전에 비해 30% 정도 올랐다. 일본 국내에서는 머리카락을 손상시키는 퍼머나 헤어컬러를 하는 사람이 많아 일본인의 모발로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은 드물다. 자연히 최근에는 동남아시아인의 인모비중이 늘고 있다. 이 회사 간부는 “유럽과 미국에서 붙임머리의 인기가 높아져 인모수요는 늘고 있지만 공급량은 세계적으로 줄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