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이해 폭은 깊어졌으나 기존 입장서 변화 없어"
"3차 협의 배제 않지만 가능성 크지 않아…협의 위한 협의 안해"

일본의 수출 규제를 두고 한국과 일본이 19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 2차 양자 협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종료했다.

이에 따라 제소국인 한국이 WTO의 1심 절차인 무역분쟁기구(DSB)의 패널 설치를 요청,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국 측 수석 대표인 정해관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일본과 협의 후 언론 브리핑을 열고 “오늘 협의 결과를 서울에 돌아가서 좀 더 평가한 뒤 패널 설치 요청을 포함한 대안들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양국은 그간 두 차례에 걸쳐서 6시간씩 집중 협의를 했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조치와 입장에 대해 인식의 폭이 넓어졌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우리가 평가하기에 양측의 기존 입장이 바뀌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협력관은 “우리는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가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로, 수출 통제 제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해당 조치를) 조속히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은 (이번 수출 규제가) 무역 제한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이에 대해 우리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으며 WTO 협정 사항에도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3차 양자 협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면 된다”며 “협의를 위한 협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일 한국 정부가 패널 설치를 요청하기로 결정할 경우 그 시기를 묻는 말에 “먼저 패널 설치 요청을 할지부터 결정해야 한다”며 “(만일 패널 요청한다면) 신속성과 충실성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번 협의에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이번 사안은 지소미아와 관련이 없다”며 “협의에서도 논의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일본 측 수석 대표인 구로다 준이치로(黑田淳一郞) 경제산업성 통상기구부장은 한국보다 먼저 연 브리핑에서 “일본은 민생용으로 확인되고 군사 전용될 우려가 없는 것은 수출을 허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협의를 통해 사실 관계 등에 대한 상호 인식을 깊게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서로가 기존 주장을 바꾼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한국 측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다 부장 역시 지소미아에 대해서 “한일 모두 (협의 과정에서) 화제로 제기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일본이 한국에 대해 시행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제한 조치가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난다며 지난 9월 11일 일본을 WTO에 제소했다.

이후 양국은 WTO 무역 분쟁의 첫 단계인 당사국 간 양자 협의를 지난달 11일 처음 열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이날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나 1차 협의 이후 한 달여 간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었던 데다 2차 협의 직전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경제산업상이 “(수출 관리는) 타국과 협의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해 대화를 통한 해결 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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