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기자회견서 "부자나라 한국 더 많이 기여해야"…방위비협상 파행 후 답변

한국과 미국은 19일 내년도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을 결정하는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제3차 회의를 열었으나 양측의 입장이 강하게 부딪힌 끝에 다음 회의에 대한 논의도 없이 종료됐다. 사진은 이날 회의 종료 뒤 미국대사관에서 관련 브리핑을 하는 제임스 드하트 미국 측 수석대표 (왼쪽 사진)와 외교부에서 브리핑하는 정은보 한국 측 협상 수석대표(오른쪽 사진). 연합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19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해 한국을 ‘부자나라’라고 재차 언급하며 대폭 증액을 압박했다.

특히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질문에는 “추측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내놨다. 지난 15일 방한시 ‘주한미군 현수준 유지’를 재확인했다는 한미 공동성명과 상당한 온도차가 있는 발언으로, 방위비 협상의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과 APTV에 따르면 필리핀을 방문중인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필리핀 국방장관과 공동 기자회견 도중 한미 방위비 질문이 나오자 “내가 며칠 전 공개적으로 말했듯이 한국은 부유한 나라”라며 “그들은 더 많이 기여할 수 있고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그 이상에 대해서는 (방위비 협상을 담당한) 국무부가 세부적인 사항을 해결하도록 남겨두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한국시간으로 18~19일 한국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3차 협상이 거친 파열음 속에 80분만에 파행한 후 나온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15일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대한민국은 부유한 국가이므로 조금 더 부담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고 조금 더 부담해야만 한다”며 공개 압박에 나선 바 있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우리가 할지도, 하지 않을지도 모를 것에 대해 예측하거나 추측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또 “국무부가 (방위비)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이 논의들은 유능한 사람의 손(국무부)에 있다고 확신한다”며 “우리는 한 번에 한 발짝씩 내디디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한국과 방위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병력 철수를 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에스퍼 장관이 국무부가 (방위비) 협상을 주도한다고 언급하며 구체적 답변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답변은 지난 15일 제51차 SCM 공동성명에서 “에스퍼 장관은 현 안보 상황을 반영하여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고 전투준비태세를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발표한 것과는 상당한 뉘앙스 차가 난다.

이날 발언은 방위비 협상의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방위비 협상의 추이에 따라 주한미군 주둔 문제와 연계시키는 전략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한 것으로 여겨져 주목된다.

현재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으로 돼 있지만, 미국은 이외에 주한미군 인건비(수당)와 군무원 및 가족지원 비용, 미군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역외 훈련비용 등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15일 한국에서 SCM에 참석한 데 이어 아시아 지역 군사·안보 이슈 등의 논의를 위해 태국·필리핀·베트남 등을 차례로 방문 중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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