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 은상

무학산 오솔길 입구에 허밍테이블이 있다 간판에 허밍 하는 발랄한 여자의 모습을 하얀 바탕에 초록색 선으로 그려놓아 눈길이 간다 무엇을 파는 곳인지 가끔 주인 여자만이 테이블에 앉아 먼지가 일지 않는 무학산 오솔길을 바라보거나 허밍을 하며 무언가를 만지고 있다 문을 활짝 열어놓고서.

그 후 그 가게 앞에 가면 이상하게도 간판의 균열된 곳에서 초록 허밍이 들려와 귀 기울이게 되고 초록 허밍은 바람의 마디마디 마다 허밍으로 돋아나서 잎이 되고 넝쿨이 되어 오솔길을 덮고

모르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은 빈집에 쌓인 수북한 허밍에 또 허밍을 하는 일 허밍이 허밍을 부르고 또 허밍이 허밍을 부르면 오솔길이 생기고 오솔길 한켠 수북하게 먼지 쌓인 빈집이 보이면 먼지가 불현듯 빈 테이블 위에 오래된 서까래 같은 기다림의 두께를 만든다 목멘 그리움도 아닌데 기다림으로 목이 메고 목멘 기다림도 아닌데 그리움으로 목이 메고 조그만 소리로 불러보는 허밍에는 허밍만이 허밍으로 쌓여가고 여태껏 한 번도 무엇을 파는 것인지 본 적이 없는 허밍테이블 다 저녁 골목길 가로등에는 순서대로 불이 켜져만 가고.

가로등 멀리 걸어오는 누군가의 그림자가 얼핏 보인다.

따스한 햇빛이 가게 안을 기웃거리거나 허밍이 오솔길을 데려오는 날 그 땐 모르는 누군가가 모르는 누군가를 데리고 허밍을 하며 허밍 테이블에 한 발을 들여놓겠지 주인여자가 허밍을 하며 무언가를 만지고 있고 나는 허밍을 하며 오늘도 허밍테이블 앞을 천천히 지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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