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손금을 열고 들어갔던 집
그녀는 가슴을 헤쳐
명치 한가운데 묻어놓았던 공깃밥을 꺼냈다
눈에서 막 떠낸 물 한 사발도
나란히 상 위에 놓아주었다
모락모락 따뜻한 심장의 박동
밥알을 씹을 때마다
손금 가지에는 어느새 새순이 돋아났다
물맛은 조금 짜고 비릿했지만
갈증의 뿌리까지 흠뻑 적셔주었다
살면서 따순 밥이 그리워지면
언제고 다시 찾아오라는
그녀의 집은 고봉으로 잔디가 덮여 있다




<감상> 아랫목에 이불로 묻어둔 공깃밥은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봉긋했습니다. 세상의 풍파에 지쳐 집을 찾아가면 공깃밥과 물 한 사발은 어김없이 나왔습니다. 물은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에서 나온 것일 겁니다. 그러니 물맛이 짜고 비릿할 수밖에 없지요. 그래도 좋았습니다. 모든 것이 어머니의 몸에서 나왔고, 집의 구석구석에는 어머니의 따뜻한 온기가 배어 있으니까요. 살면서 따순 밥이 그리워 집에 가면, 언제고 어머니는 밥상을 차렸습니다. 이제 영원할 것만 같았던 밥 냄새의 인계선이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어머니의 무덤은 아직도 고봉밥처럼 봉긋하게 잔디가 덮여 있고, 산 능선까지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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