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정경부장
이종욱 정경부장

지난 11월 초 참 감동적인 선물을 받았다.

지난 2015년 경영 부실로 인해 워크아웃에 들어간 A사의 소액주주 몇몇 분이 내가 쓴 기사에 고맙다는 표시로 피자를 보내온 것이다.

포스코가 모기업인 A사는 지난 2010년 울산 소재 발전설비·해양플랜트업체를 인수합병한 뒤 경영난을 겪다 결국 2015년 워크아웃과 함께 상장폐지로까지 이어졌고, A사에 투자했던 많은 소액주주들의 작은 꿈도 무너졌다.

그리고 5년.

A사는 각고의 노력 끝에 이익이 생기기 시작했고, 올 들어 부실의 원인이 됐던 울산 공장을 처분하는 등 올해 말 워크아웃 졸업을 위한 준비가 진행되면서 이들은 또 다른 꿈을 부풀렸다.

그러나 지난 10월 말 일부 언론을 통해 ‘대주주인 포스코가 A사를 매각한다’는 기사가 나오자 아연실색했다.

지난 10여 년간 ‘포스코가 버티고 있는 한 A사가 회생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버텨왔던 소액주주들에게 있어 이 소식은 그야말로 마지막 꿈이 사그라지는 것이었다.

이 자료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기자는 곧바로 포스코와 A사에 대해 사실 여부를 물었고, “A사에 대한 추가투자만 하지 않을 뿐 지분 매각 계획은 없으며, A사와의 거래관계 역시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답을 받았다.

또한 같은 자료에 나온 A사에 대한 포스코와 포스코건설 지분에 대한 감자(減資)문제 역시 제3 투자자가 결정된 뒤 협의해야 할 사항임을 확인하고 이를 기사화시켰다.

그 기사가 나간 날 A사 소액주주란 분들이 ‘정확한 소식을 전해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왔고, 끝내는 소액주주 각자가 피자 1판씩을 보내온 것이다.

이야기를 돌려 나는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영국 데일리 메일 신문의 1차 대전 종군기사 이야기에 큰 감동을 받았고, 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영국의 모든 언론들이 ‘유럽 서부전선에서 영국이 이기고 있다’고 하던 시절 데일리 메일은 “영국이 연전연패하고 있으며, 그 원인은 독일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는 총과 대포에 있다”고 전했다.

이 기사가 나가자 많은 영국 국민들은 ‘데일리 메일은 매국노’라며 신문을 불태웠지만 데일리 메일은 그런 위협 속에서도 진실을 전달했고, 진위를 알게 된 국민들의 요구에 정부도 신형무기 개발에 나서 결국 승리로 이끌었다는 게 큰 줄거리다.

그런 내가 기자의 길을 걷기로 했을 때 ‘언제나 현장에 있는 내가 되자’고 다짐했지만 A사 소액주주들의 작은 선물 앞에서 ‘아! 내가 약속을 잊었구나’라는 반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생면부지의 소액주주들이 내가 쓴 짧은 기사에 이토록 고마워했다면 그들은 지난 10여 년간 얼마나 가슴 졸이며 살았을까?

그런 그들에게 나는 그냥 편하다는 이유로 현장보다는 여러 공급처로부터 쏟아지는 자료만 정리해 전달하는 기자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부끄러운 마음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나는 오늘 아침 나태하고, 타성에 젖어왔던 지난 시간에 대해 반성의 채찍을 들어본다.

그리고 오늘도 나를 향한, 그리고 경북일보를 향한 사랑과 관심을 가진 모든 분들께 ‘기자생활을 끝내는 그 날까지 늘 현장에서, 그리고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이종욱 정경부장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정치, 경제, 스포츠 데스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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