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地中海)는 말 그대로 아프리카·아시아·유럽의 3개 대륙에 둘러싸여 있는 바다다. 서쪽은 지브롤터 해협으로 대서양, 동쪽으로는 수에즈 운하로 홍해·인도양과 연결되며, 북쪽은 다르다넬스·보스포루스 해협으로 흑해와 이어진다.

흑해를 끼고 있는 터키의 에페수스박물관에는 로마 시대의 각종 유물들이 가득 차있다. 에페수스는 기원전 500년 대에는 페르시아, 300년대 들어서는 그리스의 지배를 받은 땅이다. 이후 기원전 133년부터는 로마 공화정의 지배가 시작됐다. 에페수스에는 신전과 원형극장, 공동묘지인 네크로폴리스 등의 로마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거대 석조건물과 유물들은 대부분 야외에 있지만 금 세공품이나, 청동기, 철기 유물들은 에페수스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특히 많은 로만 글라스들이 전시돼 있다. 기원전 3세기에서 기원후 3세기 무덤에서 발굴된 것들이다. 로만 글라스는 로마공화정 말까지 두꺼운 헬레니즘 양식과 기법을 받아들였다. 기원후 1세기부터는 유리를 불어서 모양을 만드는 블로잉 기법이 개발돼 유리의 두께가 현저하게 얇아졌다. 그리스 학자 스트라보가 쓴 ‘게오그라피카’에는 “제작기술의 혁신으로 유리그릇 값이 크게 낮아져 유리컵 하나를 동전 한 잎으로 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렇게 지중해와 흑해 주변 지역에서 만들어진 유리그릇들이 신라에까지 전해졌다.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총 유리잔’(보물 제620호)이 동지중해나 흑해 연안에서 만들어졌다는 기존 견해가 증명됐다. 코발트를 사용해 푸른색인 이 유리잔은 유럽과 흑해에서 비슷한 것이 발견돼 학계에선 그간 이곳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해 왔다.

국립경주박물관 김도윤·이승윤 학예연구사가 ‘천마총 유리잔’을 비파괴 형광분석 기법으로 조사해 봤더니 산화칼륨과 산화마그네슙의 함유량이 현저히 낮은 네트론(Natron)계 유리라는 것이 증명됐다고 한다. 네트론계 유리는 기원전 800년~기원후 800년까지 로마를 중심으로 유통되던 유리 제품을 만들 때 식물제의 융제(Flux)가 아닌 네트론이라는 천연 탄산나트륨을 섞는 것을 말한다. 6세기 신라 무덤에서 나온 유리잔이 동지중해나 흑해 연안 지역에서 만들어졌다니 새삼 놀랍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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