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 동상

유병수作

담벼락에 자전거 한 대 기대 서 있다
녹슨 핸들 위에 잡초가 자라고
뒷바퀴의 반은 둥근 뼈대를 꽉 잡고 있다
구불구불 바퀴에 매달려 온 길들
오도 가도 못하고 비에 젖은 채 묶여져 있다
감기다 끊어진 길의 부스러기들
낡은 필름처럼 돌돌 말려 있다
한 때는 탱탱한 바퀴로
아침을 굴리고 점심을 굴리고 밤을 굴리다
꽃을 감고 나무를 감고 땅을 감고 하늘을 감았을 것이다
돌부리에 걸리면
속도를 이기지 못해 웅덩이에 빠지기도 하고
헛바퀴를 돌리기도 했던 자전거
먼지를 굴리며 지나온 길을 밀어 내기도 했던,
굴러왔던 생이 균형을 잃고 비를 맞고 있다
버리는 것과 버려진 틈에서
바퀴살에 엉겨 붙은 녹 슨 시간이 저렇게 굴러가고 있다
녹슨 바퀴 사이로 흘러내린 길이 감기는지
바퀴가 잠시 전율한다
비는 추적추적 자전거를 적시고
자전거는 굴려왔던 시간을 적시는 동안
저녁은 그냥 굴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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