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 동상

유병수作

아내가
속이 곪아 터질 것 같은 사랑을
방금 세탁기에 넣었다

속이 훤히 보이는
지난겨울 혹독했던 가난도 다 털어 뒤집어

몇 스푼의 세제로 열두살 딸년의 반항과
지 남편의 주벽이나 무능함을
돌리려고 시작 버튼을 꾹 눌러
이것만 돌리면 다시 시작한단다
자동으로 헹굼 세탁

세탁을 마치고 나온 빨래들이
누구랄 것 없이 기진맥진하며
호흡을 몰아쉬고 있다

흔적없이 탈수기로 또 한 번
돌렸건만
삶의 무게에 눈물들만 뚝뚝 흘리며
건조대로 끌려가고 있다

빈둥대던 베란다에 햇살이 들어왔다

나는 가만히 앉아
아내의 집행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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