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순희 제6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시 동상

문순희
문순희

버려진 녹슨 자전거! 지나가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지나 온 길의 내력을 보지 않고 녹슬어 버린 체인과 바람 빠진 바퀴만 바라 본 탓이다. 나도 녹슨 시간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오래도록 가지에 매달리며 계절을 다 소비하고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나의 시간이 떨어지는 시월의 마지막 날, 다시 살 수 있다는 선물을 받았다. 친구이자 애인이자 악마였던 시간들. 바퀴가 굴러가듯 체인에 감겨져 있었다. 다 알고 있다는 듯 눈감고 있는 자전거 핸들을 잡아본다. 이제 어디로 굴러갈지 이정표가 보인다.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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