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 기슭에서 사람의 간을 회로 썰어 먹었다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대도 도척(盜蹠)은 공자와도 비견됐을 정도였다. 도척은 현인(賢人) 유하혜의 아우로 무리 9000여 명을 거느리고 전국을 휩쓸었으며, 때로는 공자를 위선자라고 비판했다.

도척은 큰 도둑의 도(道)를 실천했다고 한다. 그 도는 첫째, 큰 도둑은 털려는 집에 어떤 물품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성(聖), 둘째, 털러 갔을 때 성공 가능성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지(智), 셋째, 침입할 때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동료보다 먼저 진입하는 용(勇), 넷째, 범행 실행 후 제일 나중에 나오는 의(義), 끝으로 털어온 물품을 공평하게 나누는 인(仁)이다.

이 도둑의 도는 ‘장자’에 나오는 것으로 장자가 공자와 같은 유가 계통의 인물을 조롱하는 경향이 있어서 역사적 사실인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도척처럼 역사적으로 큰 도둑들은 세상 사람들의 관심거리다.

1911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있던 1조3000억 원 가치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가 도난돼 발칵 뒤집혔다. 프랑스는 사건 당시 국경까지 봉쇄했지만 2년 뒤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미술관에서 거래 직전 회수해 프랑스로 되돌아 왔다. 2004년에는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국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뭉크의 대표작 ‘절규’가 도난됐다. 무장한 4명의 도둑은 수십 명의 관람객들이 북적대는 대낮에 미술관에 침입해 그림을 가지고 유유히 사라졌다. 경찰이 3개월 만에 작품을 되찾았지만 회수 과정은 미스터리로 남았다. ‘절규’는 1994년에도 도난됐다가 별 탈 없이 호텔 구석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 25일에는 독일 드레스덴 그뤼네게뵐베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10억 유로(1조3000억 원) 상당의 진귀한 보석류와 보물을 도난당했다. 도난 물품은 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던 작센 왕국의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1세가 수집한 다이아몬드 컬렉션 등 보석류 100여 점이다. ‘녹색 금고(Green Vault)’라는 뜻의 ‘그뤼네게뵐베박물관’은 각종 귀중품과 예술품을 모아 꾸민 ‘보물의 방’이다. 도난 사건 시간에 도심 화재가 발생해 경보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하나의 큰 도둑의 역사가 될 전망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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