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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소감] "소박한 일상 느끼며 밤늦도록 글 쓰고파"
[당선 소감] "소박한 일상 느끼며 밤늦도록 글 쓰고파"
  • 경북일보
  • 승인 2019년 12월 01일 22시 18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2월 02일 월요일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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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월수 제6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수필 특별상
박월수
2009 부산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
2009 계간 수필세계 신인상
한국문협, 대구수필가협, 경북문협, 안동가톨릭문협, 청송문협 회원
현 청송문화원 문해교실 강사 
현(사)경북북부권문화정보센터 ‘컬처라인’ 필진

늘 떠나고 싶었다. 28층 꼭대기 집을 드나드는 바람결이 짐을 싸고 싶어 안달 나게 만들었다. 허방에 발을 짚고 사는 것 같았다. 마음에서 언제나 떠나라는 북소리가 들렸다. 한 주를 꾹꾹 눌러 참은 주말이면 새벽부터 먼 길을 향해 내달렸다. 돌아오는 저녁엔 막막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런 마음을 간추려 편안해 질 수 있었던 건 이 고장에 정착하고 부터다. 내가 청송 댁으로 산지도 십년이 되었다. 거랑에 비손하던 큰 바위가 있었다 해서 붙여진 ‘손달’마을에 이사를 오던 날은 진눈깨비가 내렸다. 이삿짐 차를 보내고 나니 딸아이의 피아노 다리는 한 쪽이 찌그러진 채였고 집이 좁아 다 정리하지 못한 짐은 절반도 넘었다. 그런데도 울창한 떡갈나무 사이로 거랑을 낀 그 낡은 집이 마냥 좋았다.

깜깜한 골목을 걸어 아들아이와 이사 떡을 돌리러 가던 저녁을 잊을 수 없다. 다만 고요한 가운데 이마 가까이 내려와 반짝이는 별 뿐이었다. 일몰이 아름다운 날이면 부러 나에게 전화를 걸어 창밖을 내다보라고 하던 정 많은 아들아이는 그 저녁 나에게 이사 오길 잘 했다고 말 해 주었었다. 마을은 집집마다 텅 비어있었다. 열린 문틈으로 떡 접시를 놓고 돌아오다가 불 켜진 경로당에서 빈 집의 주인들을 만났다. 한 없이 선한 눈을 가진 그 분들을.

그동안 새로운 집을 지어 이사를 했다. 잠깐 나를 서운하게 하셨던 풍산이의 주인 할머니와도 변함없이 잘 지낸다. 주말 미사가 끝나면 할머니 집 앞에까지 내 차로 모셔다 드린다. 명절이 돌아오면 할머니는 농사지은 곡식들이나 가래떡을 나눠 주시는 것도 잊지 않으신다.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해질녘의 아름다움과 밤하늘의 별이 있고 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곳, 이 곳이 좋다. 이 작은 마을 내 작은 다락방에서 밤늦도록 글을 쓰고 새로운 아침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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