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선 싹쓸이에 어획량 감소…위판물량도 2년새 절반 이하 '뚝'
어업 종사자 생계 위해 업종 변경

2일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에서 만난 오징어채낚기어선 201 대원호(39t) 선장 겸 선주인 최서환(66.오른쪽)씨와 정찬노(63)102찬뉴호(29t) 선장·선주가 ‘40~50년 오징어를 잡아봤지만 올해처럼 안 잡히기는 처음’이라며 허탈한 웃음을 짓고 있다.

“50년 넘게 오징어를 잡았지만, 올해처럼 안 잡히기는 처음입니다.”

2일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에서 만난 오징어채낚기어선 201 대원호(39t) 선장 겸 선주인 최서환(66)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지난 10월 9일 이후 벌써 2달가량 출어를 포기했다.

가까운 구룡포 앞바다는 오징어 씨가 말라 버렸고, 외국인 포함 12~13명 가량 선원과 함께 40~50드럼 기름(500만~600만원 상당)을 써가며 가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리는 동해안 대화퇴나 독도 인근까지 총 4박 5일 출항하면 그나마 오징어를 잡을 수는 있다.

하지만 5000마리, 2000만 원의 어획고를 올려야 그나마 돈이 남지만, 먼바다 역시 오징어가 많지 않고, 기상까지 좋지 않아 오히려 돈을 까먹기 때문에 차라리 나가지 않는 게 낫다는 것이다.

160여만원 월급을 주는 베트남 선원들도 ‘혹시나 오징어가 나올까’ 한 달 반가량 돈을 줘가며 붙잡아 봤지만, 오징어도 나지 않고 감당이 안 돼 결국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최 선장에 따르면 구룡포에는 채낚기어선이 80척 정도 있다. 이 중 5척만 현재 출어를 했고 나머지 어선들은 항구에 정박해 있다.

냉동선 또는 활어배 한 척 당 적게는 8명에서 많게는 13명이 승선하는 것을 감안하면 어림잡아 800~1000명의 어업 종사자가 오징어가 없어 집에서 쉬거나 생계를 위해 일용직 근로 등에 내몰린 것이다.

오징어 건조장·가공공장 등 연관 사업장과 식당·시장 상점까지 합하면 그 여파는 더욱 늘어난다.

이어 만난 정찬노(63) 102찬뉴호(29t) 선장·선주도 사정은 마찬가지.

“농민들의 과일이나 벼농사가 이토록 안 되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라도 됐을 건데. 나라에서는 바다 사람이 이토록 힘든 일을 겪어도 방관만 하는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오징어가 잡히지 않는 이유로 △중국 어선의 북한해역에서의 남획 △대형트롤 및 자망 등 어획 강도가 높은 어선의 불·편법 조업 등을 꼽았다.

2일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 항포구에 오징어 배들이 출항을 포기한 채 줄줄이 정박해 있다.

이어 찾아간 구룡포 아라광장 및 수협 오징어위판장 인근 항포구에도 바다로 나가지 못한 배들이 줄줄이 묶여 있었다.

오징어 배는 보통 8월부터 조업을 시작해 음력 설이 되면 마무리한다.

12월은 한창 바다에 나가 있을 시기지만 “오징어가 잡히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구룡포수협에 따르면 올해 12월 2일 현재까지 오징어 위판량은 3400t에 금액은 305억6000만 원.

불과 2년 전인 2017년에 7512t, 529억3000만 원에 비해 절반 이하로 양이 줄었다.

특히 올해 잡은 오징어는 올해 초인 1~2월 난 것이 대부분이어서 이번 겨울에 잡힌 물량은 더욱 적다는 것이 수협 관계자 설명이다.

한편 구룡포 바다뿐만 아니라 육지도 상황이 좋지 않다.

2일 오전 포항시 남구 구룡포수협 활어위판장에서 어민들이 오징어를 상자에 담고 있다. 이날 오징어는 구룡포에서 24시간 거리의 대화퇴어장(독도에서 2시간 더 위쪽)에서 오징어채낚기 3대가 4박 5일간 작업한 물량으로, 1마리당 약 4천500원 경매됐다.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구룡포 인구 약 8000명 중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오징어·과메기 등 수산업에 종사하는데 이들이 지갑을 열지 못하니 경기도 얼어붙었다.

구룡포에서 개인택시를 하는 한 주민은 “오징어가 잘 잡혀야 어민을 배로 태워드리고, 관련 물건이나 장비를 배달하는 일도 하는 데 소비 활동을 안 하고 있다”며 “저 또한 겨울 장사로 한 해를 나는데 평년에 비해 수익이 30%가량 크게 줄었다. 그나마 구룡포가 복합 할증 구간이라 장거리 관광객 손님이 있어 그렇지 지역 소비 위축은 더 심각하다”고 했다.

구룡포 경기가 얼어붙자 인구도 쪼그라들고 있다.

포항시 주민등록 인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8219명이던 구룡포 인구는 올해 11월 말 현재 7902명으로 줄었다.

1년 사이에만 317명(3.8%)이나 타지로 돈을 벌기 위해 이사를 했다.

구룡포뿐만 아니라 경북도 전체 오징어 생산량도 계속 줄고 있다.

수산정보포털에 따르면 2016년 경북 오징어 생산량은 4만4203t에 달했지만 2017년 2만7427t, 2018년 1만5903t으로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김성호 우리바다살리기 중국어선 대책추진위 부회장은 “2002년 중국어선이 북한에서 오징어를 잡기 시작해 처음에는 200척이던 것이 2008년 800척, 2013년 1200~1400척을 지나 최근에는 최대 2000여 척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그에 반비례해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다. 인공위성까지 활용해 오징어 씨를 말리는 중국어선에 대한 UN제재 및 어민들을 위한 대출 이자 감면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