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흥열 사장 금주…간부들도 좋아하는 것 하나씩 내려놔
초반 최하위 위기 극복하고 최상의 분위기로 시즌 마무리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9 K리그1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포항 선수들이 허용준의 골에 서로 끌어안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

포항스틸러스가 시즌 초반 최하위로 떨어지는 위기를 극복하고 최종라운드서 4위로 뛰어오르는 기적 아닌 기적의 뒤에는 양흥열 사장을 비롯한 구단 스태프들의 결기도 힘을 보탰다.

지난 2월 출정식에서 시즌 20승 이상 자력 3위, FA컵 우승이라는 목표를 내세웠던 포항의 4위 성적은 엄밀히 말해 목표달성에 실패한 것이지만 시즌 내내 중하위권을 맴돌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마저도 언감생심이었다.

포항은 시즌 개막 후 4경기 만에 1승 3패의 성적으로 12위로 추락했으며, 이후 4월 21일 8라운드까지 2승1무5패로 10위를 기록하며 출정식에서의 꿈이 가물거리기 시작했다.

4월 17일 열린 FA컵 32강전 역시 수원에 0-1로 패하면서 첫 목표가 사라져 버렸다.

결국 포항은 최순호 감독 대신 김기동 감독으로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고, 이 결단은 곧바로 4연승을 내달리며 8위로 올라섰지만 이후 다시 4연패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특히 정규라운드 반환점을 돈 6월 23일 강원과의 17라운드 경기에서 충격의 4-5패배를 기록하며 또 한번의 위기로 내몰렸고, 양흥열 사장은 6월 27일 ACL출전권 확보를 위한 비상조치 방안을 마련했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선수단의 결의도 중요하지만 구단 스태프도 승리를 향한 절실함이 필요하다며 리더급 이상 간부들도 가장 큰 즐거움 하나씩을 내려 놓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양 사장은 이에 앞서 지난 3월 10일 상주와의 2라운드 경기서 패하며 팀이 2연패에 빠지자 ‘자력 3위를 확보할 때까지 가장 좋아하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3개월 째 약속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 양사장을 지켜 봐왔던 리더 이상 간부들은 일제히 ‘휴가를 가지 않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김기동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이 제안에 동참했다.

여기에 리더이상 간부들은 매주 2회 이상 2시간 먼저 출근해 팀 성적 향상 방안을 찾아내는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런 결의에도 불구하고 팀은 좀처럼 부활의 기회를 갖지 못했고, 8월 25일 27라운드까지 9위를 맴돌면서 상위 6팀이 겨루는 파이널A 진출마저도 가능성이 멀어졌다.

그런 포항이 인천전 5-3승리를 시작으로 기적을 만들어냈다.

경기일정 상 33라운드까지 전승을 거두지 않는 한 자력 파이널A 진출이 어려웠기에 누구도 포항의 반전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양흥열사장과 구단스태프의 결기를 가슴에 담은 김기동 감독과 선수단은 그 기적을 향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32라운드까지 6경기 동안 5승1무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8위에 머물러 있던 포항은 33라운드 울산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경기결과에 따라 파이널A진출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울산은 전북과 치열한 선두경쟁을 펼치던 터였고, 부상으로 빠져 있던 중앙수비수 불투이스와 국가대표 골키퍼 김승규까지 복귀해 객관적 전력상 포항이 울산을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선수단의 마음을 달랐다.

5승1무의 상승세도 상승세였지만 새로 가세한 일류첸코와 팔로세비치, 최영준이 팀에 녹아들면서 포항 특유의 조직력이 살아나고 있었고, 신예 이수빈의 활약도 빛났다.

그러다보니 울산을 앞둔 선수단은 걱정보다는 ‘까짓것 이기면 되죠’라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그리고 10월 6일 포항은 울산을 2-1로 잡고 5위로 파이널A에 진출하는 첫 번째 작은 기적을 만들었다.

5위로 올라서니 멀찌감치 멀어져 있던 ACL티켓에 대한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FA컵 결승에 진출한 수원과 대전코레일간 경기 결과에 따라 4위까지 기회가 올 가능성이 있었던 터였다.

하지만 전북과의 34라운드서 0-3 패배를 당한 데 이어 35라운드 대구, 36라운드 강원전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6위로 내려 앉은 포항은 11월 23일 서울에 3-0승리를 거두고 5위에 올랐지만 더 이상의 성적은 불가능해 보였다.

마지막 라운드 상대가 또다시 우승을 노리는 울산이었고, 3위를 다투는 서울과 대구가 맞붙게 돼 있어 강원과 5,6위를 다투는 게 현실적이었다.

그런 포항이 울산과의 경기서 또 한번의 기적을 일궈 냈다.

경기 26분 완델손이 선제골을 넣었지만 36분 주니오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힘의 한계를 느끼는 듯 했지만 후반들어 포항의 힘이 오히려 더 세졌다.

후반 10분 일류첸코의 추가골에 이어 42분 허용준이 울산 골키퍼 김승규의 실책성 드로인을 차단한 뒤 쐐기골을 박았고, 경기 추가시간 종료 직전 팔로세비치의 페널티킥골로 4-1대첩으로 3위 서울과 승점차 없는 4위로 시즌을 마쳤다.

모두가 희망이 없다고 여기던 때 양흥열사장과 김기동 감독을 비롯한 모든 구성원들이 ‘가장 큰 즐거움을 버리더라도 승리하겠다’는 결의가 결국 작은 기적을 이뤄낸 것이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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