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한 칼럼에서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가정에서 버린 더러운 물이 흘러가는 칠성천을 시멘트로 덮는 공사가 10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다. 냄새나고 더러운 이 천을 덮어버리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 여겨질 뿐만 아니라 아까운 문화 자산을 덮어버린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당시 일본의 섬마을인 쓰시마(對馬島)를 다녀 온 후였는데 이 마을에서 흘러내려 바다로 들어가는 하천은 생활 하수를 흘려 보낸다는데도 얼마나 깨끗한지 저녁이면 바다에서 복어가 떼를 지어 마을 안 실개천까지 올라왔다. 복어 뿐 아니라 숭어, 전갱이 새끼와 이름 모를 고기 떼들이 몰려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쓰시마의 마을 하천에는 모양이 다른 아름다운 다리가 10여 개나 놓여 있어서 저녁이면 마을 사람들이 다리에 나와 물속 고기 떼를 보거나 천변에 가꿔 놓은 꽃과 나무를 보며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정겨웠다. 마을 안 실개천은 이렇게 훌륭한 문화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당시 글에서 “이처럼 아름다운 공간으로 꾸밀 수 있는 관광 자원을 정화해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돈을 들여 덮어버리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도시를 흐르는 천이라는 천은 모두 시멘트로 덮어버리니 한심한 일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인생을 은유적으로 볼 수 있어서 지극히 문화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후손들이 엄청난 돈을 들여 이 하천 위의 시멘트를 걷어내는 대역사를 할 것이 뻔하다. 서울에서는 이미 청계천을 걷어 내는 대역사를 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썼다.

이런 예측대로 포항시가 1992년 시멘트로 덮어버렸던 포항의 학산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한다는 소식이다. 학산천은 포항시 북구 우현동 도시숲에서 포항여고~포항중~롯데백화점 인근을 거쳐 동빈내항(옛 수협창고) 쪽으로 흐르는 900m 정도의 마을 하천이다.

포항시는 학산천에 덮인 콘크리트를 걷어 내 폭 10~20m의 하천을 다시 흐르게 하고, 천변 생태탐방로와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꾸밀 계획이다. 학산천 복구를 두고 주민들이 논란이지만 아마도 당시 함께 덮었던 칠성천과 양학천의 시멘트도 곧 걷어내 질 것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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