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해마다 크리스마스 무렵이면 전 세계 오페라 극장에서 단골로 공연되어지는 오페라가 있으니 푸치니의 오페라‘라 보엠’이 그것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도 2018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린 바 있다. 라 보엠이 크리스마스 시즌의 대표 오페라가 된 것은 1막과 2막이 크리스마스이브에 시작되는 젊은 예술가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까닭이다. ‘라 보엠’의 소재는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렌트’로 각색되기도 했다.

오페라‘라 보엠’의 원작 소설은 파리 뒷골목 가난한 사람들의 일상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묘사한 프랑스 작가 앙리 뮈르제의 ‘보헤미안 삶의 정경’이다. 작곡가 푸치니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베르디 음악원을 다니며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본인의 젊은 시절 추억을 회상하며 슬프고도 아름다운 걸작을 탄생시켰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라 보엠을 무대에 올리지 못하는 아쉬움을 담아 오페라 ‘라 보엠’을 글로 펼쳐 볼까한다.

막이 열리면 가난한 화가 마르첼로와 시인인 로돌포가 함께 살고 있는 1830년대 파리의 라탱 지구 낡은 옥탑방이 나온다. 둘은 농담을 나누다가 너무 추운 나머지 로돌포가 쓴 드라마 원고를 난로에 넣고 불을 피운다. 또 다른 친구인 철학자 콜리네가 들어오고, 이어 음악가 쇼나르가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먹을 것을 잔뜩 사 들고 와 그들만의 만찬이 벌어진다. 때마침 집주인 베누아 영감이 밀린 월세를 받으러 오자, 술을 권하며 부인 말고 다른 여자를 만난 경험을 털어놓게 한다. 영감이 모험담처럼 이야기를 꺼내자 부도덕한 인간이라며 쫓아내 버리고는 크리스마스이브를 즐기기 위해 모무스라는 카페로 간다.

그런데 시인인 로돌포는 마무리해야 할 원고가 있어 잠시 혼자 방에 남아 있고, 이웃에 사는 미미라는 아가씨가 촛불의 불을 얻기 위해 찾아온다. 촛불을 붙여 돌아가려던 미미는 자신의 방 열쇠를 잃어버렸다며 호들갑을 떨다 촛불이 다시 꺼져버리고, 로돌포의 촛불도 꺼지고 만다. 두 사람은 어둠 속에서 열쇠를 찾다가 로돌포가 미미의 손을 잡으면서 ‘그대의 찬 손’이라는 유명한 아리아를 부른다. 이에 미미는 ‘내 이름은 미미’라는 아리아로 자신을 소개하고 두 사람은 사랑의 이중창 ‘오, 사랑스런 그대’를 함께 부른다. 이는 운명적인 상대방을 만나 마법처럼 한순간에 사랑이 이루어지는 크리스마스이브의 환상적인 사랑 장면 같지만, 사실은 가진 것이 없어 잃을 것도 없기 때문에 따지거나 계산하지 않고 바로 사랑을 시작하는 뒷골목 사람들의 생활이 나타난 장면이다.

2막의 시작은 크리스마스이브의 프랑스 파리 시내 유명한 카페 모무스이다. 크리스마스를 즐기려는 시민들과 아이들 그리고 그들에게 물건을 팔기 위해 나온 상인들과 연인들의 모습도 보인다. 이곳에서 사귀고 헤어짐을 반복하던 화가 마르첼로와 노래 잘하는 가수 무제타가 다시 연인으로 발전한다. 3막은 크리스마스 두 달 뒤인 2월의 파리 근교 작은 여관 앞이다. 마르첼로와 무제타 그리고 로돌포가 여관 1층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미미가 마르첼로를 불러내어 자신의 연인 로돌포가 질투심과 의심이 많아 매일 싸우고 지옥 같은 생활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때 로돌포가 나오고 미미는 잠시 몸을 피하는데 로돌포도 마르첼로에게 미미가 너무 무정하다며 하소연을 한다. 술집 안에서 무제타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마르첼로는 “또 다른 남자와 웃으며 이야기한다.”고 화를 내며 그녀를 데리고 나온다. 두 쌍의 연인들은 각자의 솔직한 심정을 사중창으로 노래하며 결국 헤어지기로 한다.

4막은 다시 처음 그들이 만난 다락방이다. 로돌포와 마르첼로가 함께 살고 있고 여전히 콜리네와 쇼나르까지 나타나 장난을 치며 놀고 있다. 그때 무제타가 폐렴으로 다 죽어가는 미미를 데리고 들어오고 모든 친구들은 자신이 가진 소중한 것들을 팔아 약을 구해오지만 미미는 사랑하는 연인과 친구들을 뒤로하고 서서히 죽어간다. 마지막 장면에서 음악까지 나지막해지면 미미를 품에 안은 로돌포는 그녀의 이름을 목이 터져라 부르고 막이 내린다. 공연장을 찾지 못하더라도 이 겨울, 라 보엠의 애잔한 사랑 이야기를 떠올려 다시 한 번 감상해 보시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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