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포항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은상진 진료과장
에스포항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은상진 진료과장

항생제가 없던 시절에 인간은 세균에 의한 사소한 감염에 의해서도 쉽게 사망하였지만, 1928년 플레밍이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한 이후 수명이 현격히 증가했다.

그러나 인간이 극한의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듯, 세균도 살아남기 위해 진화하고 있다.

항생제 남용과 오용으로 인해 세균도 내성이라는 방어력을 갖게 됐으며 인간과 가축에 대량으로 사용된 항생제는 강과 하천·토지·바다 등을 오염시키며 내성균의 온상이 되고 있다.

항생제라는 극약을 만난 세균 중 살아남은 일부는 이에 대항하는 유전자를 획득하거나 돌연변이를 통해 내성을 갖게 된다.

이런 내성 유전자는 대대로 유전하거나 공유함으로써 빠른 속도로 퍼져나간다.

슈퍼박테리아란 항생제 내성으로 인하여 강력한 항생제에도 저항하는 균을 뜻하며, 최근에는 ‘슈퍼버그’라고도 불린다.

다만 현재 개발된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는 병원균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며 통상 카바페넴, 플루로퀴놀론, 아미노글리코시드 등 3가지 계열 이상의 여러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가진 다제내성균이 슈퍼박테리아로 분류된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슈퍼박테리아가 큰 위험이 아니다.

하지만 면역체계가 약한 환자들에게는 패혈증,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슈퍼박테리아는 전 세계적으로 같이 고민해야 할 인류의 공동과제로, 이미 세계보건기구의 주도하에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이런 동향에 맞춰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의 대응책으로 지난 2017년 반코마이신내성황색포도알균(VRSA) 감염증과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RE) 감염증을 제3군감염병으로 지정했다.

또 반코마이신내성알균(VRE) 감염증·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알균(MRSA) 감염증·다제내성녹농균(MRPA) 감염증·다제내성아시네토박터바우마니균(MRAB) 감염증을 지정감염병으로 지정해 감시·관리하고 있다.

항생제 내성균에 대해 병원에서 시행하는 대책으로는 항생제 적정 사용, 손 위생 수행과 표준주의 준수, 격리 및 접촉 주의, 능동감시, 환경 소독 등이 있다.

이 중 항생제 적정 사용이란 감염병의 원인이 되는 세균을 억제할 수 있는 적절한 항생제를 선택하고 적정 용량을 적절한 기간만 투여해 불필요한 비용을 비롯해 부작용·내성 유발 등을 최소화하면서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을 말한다.

또한 손 위생은 비용 대비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환자 접촉 전, 청결·무균시행 전, 체액 노출 위험 후, 환자접촉 후, 환자 주변 환경 접촉 후 등에는 반드시 손 위생을 시행해야 한다.

주변 사람이 입원하면 병문안을 가서 인사하는 것이 우리의 오랜 예의로 여겨졌지만, 감염병 관리 차원에서 보면 오히려 세균 전파로 인해 환자에게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노약자나 임신부·만성질환자는 문병을 삼가고 중환자실은 더욱 방문을 삼가는 게 좋다.

항생제 사용에 따른 내성균 출현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항생제 내성에 대한 최선의 대책은 항생제의 적절한 사용으로 내성균의 출현을 최소화하고 적극적인 감염관리를 통하여 내성균의 전파를 방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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