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문기획위원회가 국정과제를 정리하고 있는데 지방 공약에 포함됐던 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꼭 포함 시켜주면 좋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1일 이렇게 발언한 이후 사학계에서는 ‘모든 길은 가야사로 통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가야사 복원 논란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해김씨 인 김 전 대통령이 2006년 대통령 취임 직후 가락국 시조 김수로 왕릉에 참배했다. 1000여 명의 종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 전 대통령은 “제가 대통령이 된 것은 가락국 멸망 1500년 만의 경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가야사 복원은 우리 모두와 정부의 책임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때 시작된 가야사 복원 사업은 노무현 정부 때까지 이어지다가 중단됐다.

문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가야사 복원 작업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가야사 복원이 정권의 코드 맞추기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경북 고령군 지산동 고분군에서 그림이 새겨진 흙방울이 출토됐을 때 당시 조사단은 “가야 건국신화 장면을 새긴 방울”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관련 학계로부터 방울의 그림을 가락국기 내용에 무리하게 짜 맞춘 해석이라 비판 받았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고 있는 ‘가야본성-칼과 현’ 특별전에 ‘구지가(龜旨歌)’와 함께 전시하고 있다.

정권 코드 맞추기 라는 비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특별전에 전시하고 있는 부산 복천동 금동관(보물 1922호)은 신라의 유물이다. 이 금동관은 처음에 가야 금동관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연구 성과들이 쌓이면서 학계에서 지금은 신라 유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설화에 나오는 허구의 인물도 사실로 둔갑하고 있다. 인도에서 온 수로왕의 비(妃) 허황후가 아유타국에서 배에 싣고 왔다는 파사석탑(婆娑石塔)도 옮겨 와서 전시하고 있다. 탑을 설명하는 글에는 “수로는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과 혼인을 합니다. 이 만남은 기록으로 남은 최초의 국제결혼이자 다문화 가족의 시작입니다.” 전문가들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박물관이 해서는 안 되는 역사 왜곡을 하고 있다”고 혀를 차고 있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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