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북핵 담판의 연말 시한을 앞두고 트럼프 미 대통령과 북한 수뇌부 간의 원색적 표현의 ‘말 전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양쪽이 주고 받는 말 수준으로는 이미 인내의 임계점을 넘어선 ‘전쟁 상태’에 이른 것 같다.

탄핵과 대선이라는 큰 산을 코앞에 걸쳐놓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고비의 최대 걸림돌인 북한의 비핵화 문제 해결에 비이성적일 만큼 김정은에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적대적인 행동을 하기에 김정은은 너무 똑똑하고 너무 잃을 게 많다. 사실 모든 것을 잃는다”고 썼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무효화 하거나 내년 11월 대선에 간섭하길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은 김정은에게 미국 대선에 영향을 줄 만한 도발을 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한편 김정은에게 “내 재선의 앞길을 막는 행동을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를 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오직 내년 대통령선거에만 관심뿐인 듯이 보이는 트럼프의 속셈을 이미 간파한 김정은으로서는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 경제해제 등의 선조치를 연말까지 해주지 않으면 내년 11월 대선 때까지 ‘잘망스러운 늙은이’를 압박하고 괴롭힐 것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고 있다. 요 며칠 사이 트럼프의 트위터 글에 답장이라도 하듯 북한 강경파인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이 트럼프를 향해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 ‘망령든 늙다리’로 조롱하며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김정은을 겨냥해 “로켓맨이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하자 바로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맞받아쳤다. 리수용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도 이날 밤 담화를 내고 “트럼프는 더 큰 재앙적 후과를 보기 싫거든 숙고하는 게 좋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 2017년 북-미간 최악의 기로에 섰던 당시 냉전기의 ‘말의 전쟁’이 다시 재연되고 있어 북핵의 최대 피해 주체인 대한민국과 한반도에 또다시 전쟁의 기운이 고조되고 있다. 김영철은 9일 발표한 담화에서 트럼프를 향해 “참을성을 잃은 늙은이라는 것을 확연히 알리는 대목”이라며 “시간 끌기는 명처방이 아니다”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리수용도 “트럼프는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지 매우 불안 초조해 하고 있다. 심리적으로 겁을 먹었다”며 “(김정은)국무위원장의 심기를 점점 불편하게 할 수도 있는 트럼프의 막말이 중단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와 북한 수뇌부들 간의 ‘말 전쟁’이 벌어지는 사이 북한 측은 지난 7일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위성사진 분석 결과 ‘중대한 시험’은 장거리 로켓용 엔진분사 시험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나 김정은이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때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동창리 시험장을 재가동함으로써 인공위성 발사나 ICBM(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를 행동에 옮길 수 있음을 과시한 것이다.

워싱턴 국방안보팀들은 북한의 연말 도발이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우리 안보 당국자도 “최근 북한의 외무성 미국 국장 명의로 ‘크리스마스 선물이 뭐가 될지는 미국의 선택에 달렸다’고 위협했다”며 “이 발언 뒤 4일 만에 북한이 엔진연소 실험에 나섰고 이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라고 말했다. 이러한 조짐들로 보아 미국 측에서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북한은 미국의 최대 명절 중 하나인 크리스마스를 ‘D’데이로 언급한 날짜보다 앞당긴 빠른 도발을 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일 워싱턴에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ICBM 발사 실험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밝혔다. 이 발언은 북한이 미국을 자극하기 위해 ICBM 카드를 쓰고 있지만 경거망동은 금물이며 대화에 나서라는 뜻을 주문 한 것이다. 북한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미국과 북한 양국이 비핵화 문제를 다루면서 한국정부를 완전히 제외 시킨 채 한반도 운명을 결정지을 태세다.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의 존재감은 보이질 않는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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