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영양군 발주 사업중 60% 상당 무자격 사업자들과 계약
전문 건설업체 "전문성 부족으로 부실공사 우려…생존권 위협"

“연말 자본금 맞추고 성실히 세금 내면서 1년에 수천만 원씩 월급까지 주면서 기술자들 고용해 건설 사업하면 뭐합니까? 세무서 가서 딸랑 건설 공사로 일반 사업자 내고 일하는 사람들보다 못합니다. 영양군에서는 무자격 건설 공사 일반 사업자들 때문에 이젠 업을 접고 싶습니다.”

영양에서 10년째 건설업을 한다는 A씨는 이제 더는 버티기 힘들다며 법률 개정이나 사정 기관에서 불법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없는 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긴 한숨만 쉬었다.

건설산업기본법에는 건설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기술자와 자본금, 해당 건설 공사 면허 등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산업기본법과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등에서 예외 조항으로 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1500만 원 미만 경미한 건설공사를 업으로 하려는 경우에는 등록하지 아니하고 건설업을 할 수 있다는 독소 조항이 일부 자치단체에서 확대 해석으로 남발되면서 선거 공신, 일부 지역 기득권 세력 등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현재 영양군에 전문 건설 면허를 보유한 건설업체는 126개 업체에 219건이며,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되는 무자격 건설 사업자는 2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12월 12일까지 영양군이 발주한 2000만 원 이하 공사 수의계약은 모두 1697건으로, 이중 1500만 원 미만 건설 공사 중 60%가량이 면허가 없는 무자격 건설 사업자들이 계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들 무자격 건설 사업자들이 계약한 공사 중에는 전문 기술을 필요로 하는 차선도색이나 전기, 철물 공사 등도 상당수 포함하고 있어 전문성 부족으로 자칫 부실 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크다.

무자격 건설 사업자 중에는 읍면에서 발주하는 수의 계약을 받기 위해 선거의 공로를 핑계로 이장 등 지역 내 일부 기득권 세력들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명의로 2~3개의 일반사업자를 낸 뒤 공사를 수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 건설 사업자들은 수의 계약을 연 평균4~5개도 수주하지 못해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무자격 건설 공사 일반 사업자들은 많게는 15~20여 개의 이르는 공사를 수주해 전문 건설 사업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생존권에 위협을 느낀 영양군 전문건설협회는 지난 5월 말 영양군과 간담회에서 이 같은 무분별한 계약에 대해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영양군은 법상 하자가 없으므로 어쩔 수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으로 참석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전문건설업 대표 B씨는 “올해 6월 모 면에서 1000만 원 공사를 계약하려 오라고 해서 갔다가 담당자가 면허가 맞지 않아 계약을 못 한다고 해서 포기했다”며 “전문 건설면허를 가진 업체들은 금액에 상관없이 면허가 맞지 않으면 계약을 할 수 없으면서 무자격 건설 공사 일반사업자들은 1500만 원 미만이면 어떤 건설 공사도 다 가능하니 누가 정상적으로 세금 내고 기술자 갖춰 놓고 공사를 하겠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정형기 기자
정형기 기자 jeonghk@kyongbuk.com

경북교육청, 안동지역 대학·병원, 경북도 산하기관, 영양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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