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2300만대 시대다. 인구 2.2명 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하고 있다. 차량 보유가 늘면서 대형 교통사고도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주말 새벽 상주~영천고속도로 상·하행선에서 교통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7명이 죽고, 32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앞서 지난 4일 오전에도 화성시 장안대교 평택 방향에서 트럭과 트레일러 등 10여 대가 잇따라 추돌해 2명이 숨졌다. 두 사고 모두 ‘블랙아이스(Black Ice)’로 불리는 도로 노면 위에 얼어붙은 ‘노면 살얼음’에 미끄러진 자동차들이 연쇄 추돌하며 발생한 끔찍한 사고였다.

‘도로결빙 현상’으로도 불리는 ‘블랙아이스’는 노면에 낀 얼음이 워낙 얇고 투명해서 도로의 검은 아스팔트 색이 그대로 비쳐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노면이 살짝 얼어 붙은 ‘노면 살얼음’이 아니라 죽음을 부르는 ‘노면 살(殺)얼음’이라 명명할 만하다. 결빙 도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경우가 많아서 하는 말이다.

블랙아이스는 겨울철 아침 시간대에 터널 입구나 다리 위에서 자주 발생한다. 겨울비가 내리면 도로 위의 어느 곳에서도 빙판이 만들어진다. 눈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다리 위나 호수 주변 도로, 그늘진 커브 길과 같은 기온 차가 큰 곳이면 어디에서든 발생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실험해 봤더니 빙판길에서는 마른 노면보다 제동 거리가 최소 4.4배~7.7배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승용차의 경우 50㎞/h 주행 때 건조 노면의 제동거리가 11m인 반면 빙판길은 48.3m로 4.4배 길어졌다.

도로교통공단의 최근 4년(2014~2017년) 간 노면 상태별 교통사고 분석 결과를 보면 겨울에 발생한 결빙도로와 적설도로 교통사고가 각각 5190건, 2699건이나 됐다. 관련 사망자 수도 각각 175명, 48명으로 해마다 평균 56명이나 된다.

일기 예보를 할 때나 교통 정보를 전달할 때 ‘노면 살얼음주의보’나 ‘노면 살얼음경보’ 발령을 내리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자주 도로가 얼어붙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가능하면 야간이나 새벽 시간 차량 운행을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운전을 하더라도 속도를 줄여 안전운전을 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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