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전체 미래 고민하고 자기 역할 제시하는 계기 마련"

김태일 대구시청 신청사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을 최근 시청 신청사 추진단에서 만났다.위원회는 오는 22일 예비선정지를 발표할 예정이며 김 위원장은 그동안의 진행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태일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을 최근 시청 신청사 추진단에서 만났다. 위원회는 오는 22일 선정지를 발표할 예정이며 김 위원장에게 그동안의 진행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기초자치단체가 대구 전체의 미래를 고민하고 자기 역할을 제시한 계기가 됐다. 또 첫 공론민주주의가 이뤄져 지역 민주주의 역량을 키웠다고 생각한다”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 예정지가 오는 22일 확정된다.

김태일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이하 위원회) 위원장은 신청사 선정 과정에 대해 이같이 의미를 부여했다.

신청사 문제는 지난 2004년부터 거론됐으나 비용문제와 지역 갈등 등으로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끌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시는 신청사 관련 조례를 만들어 원칙을 정하고 지난 4월 위원회를 출범시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달성군·달서구·북구는 유치를, 중구는 존치를 주장하고 있으며 후보지는 이번달 20일부터 3일간 시민참여단의 합숙 평가를 통해 22일 최종 결정된다.

김 위원장을 후보지 발표 일주일여를 앞두고 출범 당시인 지난 4월 이후 다시 만났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과 마찬가지로 선정과정 자체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으며 그동안 느낀 소회를 가감 없이 전했다.

-조만간 시민참여단이 합숙에 들어간다. 지역별로 인구수가 다른 점을 반영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 지역 간 경쟁으로 지역 단위에 똑같은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 인구를 반영해서 평가단을 배정하면 이런 평가를 할 필요가 없다. 가령 미국의 상원 구성도 지역을 단위로 하고 공감을 얻었다.

-평가 항목 중 가중치 부분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 위원회가 가중치를 주는 것이 아니다. 전문연구자들에게 평가지표를 보낸 뒤 어떻게 가중치를 부여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도시계획, 건축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있으며 이들의 의견을 받았다.

의견이 담긴 봉투는 아무도 열어보지 않았다. 발표하는 날 마지막 단계에서 시민들이 점수를 낸 다음 그 봉투를 열 것이다. 항목마다 가중치 비율을 시민평가 점수에 적용해 최종점수를 낸다. 위원회도 개별 내용에 대해 모른다.

-위원회 출범 당시부터 과열 경쟁 방지를 위한 페널티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다.

△ 과열 양상이 조금은 제재됐다고 본다. 벌점을 주겠다는 결정은 징벌적·규범적인 효과가 있다.

만약 제재를 하지 않았다면 자원 동원이 작은 지역은 불리했을 것이다. 공정한 조건을 만드는 것이 관리자의 의무다. 선거에서 비용상한액을 정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다만 자원 동원이 작은 지역에서 불만을 제기해 당황한 기억은 있다.

자원 동원을 많이 할 수 있는 지역과 그럴 수 없는 작은 지역 사이에 차이를 줄이고 무한 과열로 가지 않도록 규제한 것은 잘한 일이다.

-페널티 점수가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전했다.

△ 총 1000점에 30점이니까 적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시행된 사안의 결과를 보면 크지 않는 점수 차이로 결정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경북도청도 1·2등 지역의 점수차가 11점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30점이 적은 점수가 아니라는 유추가 가능하다.

처음 30점을 설정할 때 고민이 많았다. 페널티 총점을 너무 높게 설정하면 페널티 때문에 승부가 갈린다. 소위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말처럼 본질이 훼손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낮으면 징벌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징벌의 실효성과 본질이 훼손되지 않는 적절한 선을 고민한 결과가 30점이다.

-너무 규제가 심하다 보니 신청사 논의가 활발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 반대로 과열 경쟁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제 다음 단계로 각 구·군이 제출했던 자료들을 공개한다. 시민들의 진짜 공론을 펼치는 것이다. 신청자료를 홈페이지에 공개한 뒤 상호검증 절차를 거친다.

어떤 구에서 유치를 위해 제시한 근거에 대해 ‘허위사실이다’, ‘과장이다’ 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받고 당사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는 등 시민들 스스로 상호검증을 펼치는 것이다. 발표자료를 다듬어서 제출하고 선정 당일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서 발표할 것으로 본다. 허위사실 과장도 공론과정에서 걸러지는 등 철저하게 공론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진행할 것이다.

-페널티를 비롯해 선정 발표 때 모든 항목의 점수가 상세하게 공개되는가.

△ 총점만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점수를 공개하면 해당 항목을 수행했던 사람들한테 책임이 돌아갈 수 있어 각 주체들이 곤란할 수 있다.

가령 어떤 지역이 페널티 때문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하면 그렇게 운영했던 사람은 책임이 커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 이런 점을 고려하고 다른 지역 사례도 참조하면서 공개 수준을 결정하겠다. 모든 참여 지역이 열정적으로 성실하게 했으니까 결과에 대해서 책임이라는 것은 옳지 않다.

-공론화위원회에서 후보지를 좌지우지한다는 우려도 있다.

△ 전혀 아니다. 절차를 관리 하는 것으로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서 기준을 정하는 역할에 머물렀다. 신청사의 목표·가치 등에 대해 여론 조사와 원탁회의를 실시하고 데이터를 통해 목표 가치를 도출하는 등 절차를 관리하는 것이 전부다.

-후보지역의 홍보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홍보 활동 대부분을 봤고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기초자치단체가 대구 전체 고민 하고 발전 방향을 어필 했다. 그 다음 기초단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기초단체가 대구 전체 미래를 고민하고 자기 역할을 제시하는 과정이 이전에는 한 번도 없었다. 이런 과정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으며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자기 지역의 좋은 점을 이번 기회에 다 뽐낼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각 지역별로 아쉬운 점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다들 열심히 했다고 본다.

-후보지 선정 후 불만이 터저나올 가능성이 있다. 대안이 있는가.

△ 위원회 범위 밖의 일이다. 지역지도자들의 정치력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교과서적인 이야기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단체장이 결정 후 어떻게 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자가당착이 될 수 있어 아직 말을 못하겠지만 결정이 나면 수습 방안을 고민 할 것으로 믿고 있다.

오히려 큰 그림을 봐야 한다.

시청을 비롯해 공항 등이 내년 초까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대구 전체의 공간전략, 새로운 도시 컨셉 조정이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선정 이후 과제가 남아 있다.

후보지 결정 후 필요한 기반도 마련해야 하며 전체 대구 전체 그림을 다시 펴놓고 봐야 한다. 시민 의사를 모으고 반영하면서 이런 과정이 완성돼 간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절차라는 점이다. 시민참여형 의사결정인데 그중에 사회 통합적 의사결정이다.

결국 수용성이 높다. 만약 시의회나 시장이 스스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결정했다면 수용성이 떨어진다.

현재 위원회에 어떤 외압도 없다. 조례로 정해놓고 조례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 시장이나 시의회, 위원회 스스로 자의적인 판단을 한 적이 없다고 자부한다.

-시장이 위원회에 어려운 일을 미뤘다는 비판도 있다.

△ 동의하지 않는다. 시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조례를 만들었다. 조례의 힘으로 진행하고 있으니까 전체 시민의 이름으로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다. 규칙을 만드는 것까지 시장과 시의회가 했다.

이후 모든 과정은 위원회와 위원장 책임 하에 진행됐다. 결과에 대해 불만이 있겠지만 그 결정은 정당하게 받아들여야 된다.

-선정 과정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 공론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이 대구에서는 첫 실험이다. 위원장 직을 수락하면서 지역 민주주의 역량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보람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일했다.

뒷이야기도 들리지만 위원장 인격에 대한 비판도 아니었으며 그런 걱정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투명하고 정확하게 했다고 자부한다.

예를 들면 규제를 위원회가 직접 한 것도 아니고 시민 감시와 상호견제 속에서 이뤄졌다. 만약 위원회가 단속을 했다면 불공정의 문제가 반드시 생겼을 것이다. 앞으로 진행될 상호검증 절차도 시민 공론을 통해서 이뤄질 것이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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