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명 사상' 상주-영천 고속도로, 겨울철 빙판길 사고 잦아
전문가들 "블랙 아이스 구간 의심되면 평소보다 서행해야"

14일 오전 4시 41분께 군위군 소보면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 방향 상행선(상주 기점 26㎞·서군위 나들목 인근)에서 화물트럭 등 차량 27대가 연쇄 추돌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상주∼영천 고속도로에서 ‘블랙 아이스(Black Ice)’로 인해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난 14일 새벽 4시 44분께 경상북도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 방향 상행선(상주 기점 26.4㎞)에서 화물트럭 등 차량 28대가 연쇄 추돌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 등 6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사고 차량 중 8대에서 화재가 발생해 3시간 만인 같은 날 오전 7시 44분께 진화작업을 끝냈다.

비슷한 시각 사고 난 지점에서 약 2㎞ 떨어진 소보면 산법리 상주∼영천고속도로 하행선에서도 차량 22대가 연쇄 추돌해 1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을 당했다.

고속도로 상·하행선에서 발생한 2건의 사고로 총 7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으며, 고속도로 양방향에 약 10시간 동안 차량이 전면 통제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사고 현장 두 곳에 소방장비 44대, 인력 115명을 투입했다.

소방 관계자는 “현장 도착 당시 빙판길이었고, 대형차량을 비롯해 사고 차량 대수가 워낙 많아 부상자 이송 등 구조 작업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밝혔다.

한 부상자는 “전방에 사고가 난 것을 알아챈 뒤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며 “빙판길 위에서 차량 통제가 어려워 앞 차량을 들이받는 모습을 보고 있는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형 사고의 원인은 ‘도로 위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블랙 아이스’였다.

‘블랙 아이스’는 겨울철 눈이나 어는 비에 의해 투명한 얼음이 검은 아스팔트 위를 코팅한 것처럼 뒤덮은 도로 결빙 현상을 뜻한다.

도로에 깔린 얼음층이 굉장히 얇고 투명해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위험을 인지하기 전에 차량이 미끄러져 브레이크를 밟아도 헛바퀴가 도는 경우가 많아 자칫 대형교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2014년∼2018년까지 최근 5년간 경북·대구에서 서리·결빙으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537건(경북 442건·대구 95건)으로 29명이 숨지고 918명이 다쳤다.

14일 오전 4시 41분께 군위군 소보면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 방향 상행선(상주 기점 26㎞·서군위 나들목 인근)에서 화물트럭 등 차량 27대가 연쇄 추돌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사고 당시 군위에는 새벽 3시 48분께 1㎜ 가량 적은 비가 내렸으며 기온 또한 -1.7℃로 ‘블랙 아이스’가 생기기 쉬운 조건이었다.

블랙 아이스가 깔린 도로 위는 일반 노면보다 14배, 눈길보다 6배가량 더 미끄러워 겨울철 대형사고의 주범으로 꼽힌다는 게 한국도로공사 측의 설명이다.

블랙아이스 교통사고는 눈 오는 날 아침, 승합차가 가장 위험한 것으로 알려진다. 적설량 5cm 이상의 큰 눈이 내릴 때, 전체 사고 증가율이 82%, 그중 승합차의 사고 증가율은 64%나 차지한다.

특히 교량이나 고가도로 같은 경우 도로 위와 아래 양쪽에서 공기가 순환하기 때문에 일반 도로와 비교하면 표면 온도가 더 빨리 떨어진다.

이번 연쇄 추돌 사고가 발생한 지점도 교량이었다.

소방당국 등 교통사고 전문가들은 블랙아이스로 인한 사고 예방방법으로 블랙아이스 구간이 의심되면 평소 보다 서행할 것을 당부했다.

시속 50km 주행 기준으로 마른 노면에서는 제동거리가 11m지만, 빙판길은 48m로 4배 이상 길기 때문이다. 시속 100㎞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필요한 제동거리는 더욱 길어진다.

빙판길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안전 운전이다.

눈이 내리거나 블랙아이스가 있는 도로 위를 달릴 때는 속도를 줄이고 안전거리를 평소보다 2배가량 더 확보해야 한다.

운행하기 전 도로 상태 와 기상 상황 등을 숙지하는 것 또한 도움된다.

만약 운전 중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것을 감지했다면 핸들을 차체가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틀어야 한다.

급한 마음에 차체가 향하는 반대방향으로 핸들을 틀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자동차의 회전을 더욱 심하게 만들기 때문에 차체가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조작해야 한다.

한국교통공단 관계자는 “올해는 평년보다 첫눈이 빨리 내리는 등 눈이 많이 내리고 기온 변화도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충분한 감속과 안전거리 확보·급제동 금지 등 안전운행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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