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 이후 해고통보"
'학위' 없어 출강 못 하게 돼…극단적 선택 추정
지역 문화계 "큰 우리의 무형 자산 잃어 안타까운 일"

김정희 씨 페이스북 캡쳐.

포항 출신으로 동해안별신굿 전수교육조교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전통예술원 전 겸임교수인 김정희(58)씨가 지난 13일 숨졌다.

15일 유족 및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 영향으로 ‘더는 출강할 수 없다’는 학교 측 통보를 받은 김 전수조교가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씨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 82-1호인 동해안별신굿 악사이자 전수교육조교다.

전수교육조교는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체계에서 보유자 전 단계를 말한다.

4대째 무당일을 계승하고 있는 김 씨 가계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악기 연주와 노래, 춤을 배웠다.

전통예술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은 그는 1998년 한예종 전통예술원이 설립된 직후부터 학생을 가르쳐왔다.

그러나 올해 8월 강사법이 시행되면서 대학 측이 ‘석사 학위 이상을 소지한 강사를 다시 뽑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해왔고, 김 씨는 20여 년간 직장으로 삼았던 연희과에 더는 출강하지 못하게 됐다.

강사법 도입 전까지는 학위가 없어도 예술 활동 경력을 참작해 강사 자격이 부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강사 자리를 잃으면서 전공생을 대상으로 한 개인·단체레슨도 할 수 없게 됐다. 가장임에도 수 개월간 공연 몇 건 외에는 달리 수입이 없어 심적 부담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변인은 전했다. 전통예술 분야에 유연성 있게 제도가 적용되지 않은 점이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거친 동해 바다는 수많은 사람이 바다로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면 무당들은 배를 타고 나가 참빗을 던져 머리카락 하나라도 찾아내 굿을 했다고 한다.

남은 사람에게는 ‘잘 있으라’, 망자에게는 ‘극랑왕생하시라’ 빌어주던 굿이 동해안 별신굿이다. 험난한 삶을 사는 어부들에게 안전·평안과 풍어를 빌어주는 별신굿은 큰 위안의 음악이자 노래요 춤이라 전해진다.

이원만 국악협회 포항지부장은 “동해안별신굿 전수조교 김정희 씨의 죽음은 지난해 문화재 보유자이셨던 김용택 선생님 죽음과 함께 소중한 우리 무형자산을 가진 큰 무당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라며 “그 뛰어난 가락과 소리를 이제 들을 수 없게 됐다. 평생 남을 위해 굿을 하셨으니 이제 마음 놓고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 평생 헤엄치는 일을 멈추지 않는 참다랑어처럼 형의 가락은 동해 바다에 출렁일 것”이라고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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