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안실련 자체분석 결과 발표

대구 경상여고 폐시약 장기방치로 백화현상 발생. 대구안실련

대구 경상여자고등학교 강당에서 발생한 악취의 주요 원인으로 학교 과학실 부실관리가 지목됐다. 폐시약이 장기간으로 보관된 과학실에서 고농도 악취가 발생했고, 이 악취가 주변 저농도 악취와 섞인 상태에서 강당 에어컨 가동 등 학교 내·부 요인과 결합해 강당까지 흘러갔다는 것이다.

대구안전시민실천연합(이하 대구안실련)은 16일 경상여고 악취에 대한 자체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내용에 따르면, 학교 강당에서만 발생한 악취는 인근 공장에서 배출된 오염원보다 학교 자체에서 발생한 유해물질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추정된다. 인근 공장에서 오염원이 배출돼 기류를 타고 확산했다면, 학교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 냄새가 감지돼야 하는데, 공장과 주민들이 악취로 큰 불편을 호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구 경상여고 강당 등 외부 전경. 대구안실련

이에 대구안실련은 3층 과학실(시약장) 악취가 외부 환기구와 계단으로 배출돼 4층 강당 출입문과 창문 등 틈새로 유입된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공기보다 가벼운 과학실 고농도 유해물질이 강당 에어컨 가동으로, 기류를 타고 올라가 냄새를 유발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특히 과학실 내 폐시약이 장기간 보관상태여서 백화현상과 함께 악취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폐시약장 배기구가 창문 외부로 노출돼 강당 창문으로 유입이 가능한 점, 국소 배기시설과 약품 정화용 설비 등 악취 방지시설 미설치 등은 과학실 관리가 소홀한 원인으로 꼽았다.

대구안실련은 3층 과학실에서 발생한 악취가 외부로 확산할 경우 강당 출입문과 창문을 통해 유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차량 문이 닫힌 상태에서도 주유소에서 기름 냄새가 차량 내부에 유입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등을 대구시와 시교육청에 요구했다.

대구 경상여고 폐시약장 배기장치 고장상태 방치. 대구안실련

대구안실련 김중진 공동대표는 “대학은 실험실 안전관리법에 따라 관리가 되지만, 초·중·고등학교 과학실은 안전관리 기준이 없어 관리 사각지대”라며 “대구시와 교육청은 약품 구매·사용·보관·폐기 기준, 시설기준, 보호구, 안전교육, 책임자 지정, 비상대응 등 학교 과학실 안전관리기준 조례를 제정해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사고 당시 학교 과학실 공기 중 농도를 측정하지 않는 등 현장보존이 없었고, 비가 내린 후 습하고 더운 날씨와 저기압 상태 등 당시 기상과 같은 조건에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명확한 원인이 드러나지 않는 실정”이라며 “경상여고 악취에 대한 역학조사와 함께 대구지역 내 학교 과학실 안전관리 실태를 전수조사해 결과를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9월 2일 경상여고에서 악취가 발생해 학생 74명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대구시와 시교육청 등 관계 당국에서 악취사고를 조사했으나 명확한 원인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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