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지만 허락 없이는 외출·외박 안 돼…점호에 복장 제한도
인권위, 대학교 운동선수 인권실태 조사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연합뉴스 자료사진]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연합뉴스 자료사진]

“선배가 라이터와 옷걸이, 전기 파리채로 때렸어요.”

“운동하다가 좀 안 좋아 보이면 ‘생리하냐’고 묻고 심지어 생리 주기를 물어보면서 ‘생리할 때 기분이 어떠냐’고 하기도 했어요.”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의 ‘대학교 운동선수 인권실태 조사결과’에 담긴 대학교 운동선수의 폭력 및 성폭력 피해 증언 내용이다. 인권위는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4천924명 대학생 선수의 설문 조사 결과를 담은 ‘대학교 운동선수 인권실태 조사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대학생 선수 31%(1천514명)는 언어폭력을, 33%(1천613명)는 신체폭력을, 9.6%(473명)는 성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이는 인권위가 지난달 발표한 ‘초중고 학생 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와 비교해 2∼3배 높은 수준이다. 당시 초중고 선수는 15.7%가 언어폭력을, 14.7%가 신체폭력을, 3.8%가 성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 폭력 경험자 15.8%가 상습 폭력 피해자…성폭행 피해자도 있어

언어폭력은 주로 경기장(88%)과 숙소(46%)에서 선배선수(58%)나 코치(50%), 감독(42%) 등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한 대학생 선수 A씨는 “욕은 항상 먹는 거라 특별히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면서도 “시합 때 실수를 했더니 부모님이 보시는 앞에서 감독님이 소리를 질러 많이 창피했다”고 말했다.

신체 폭력은 응답자 3명 중 1명(1천613명)이 당했을 만큼 심각했다. 특히 신체폭력을 경험한 선수 중 15.8%(255명)는 일주일에 1∼2회 이상 상습적으로 폭력을 당한다고 답했다.

신체폭력 중 가장 빈번한 행위는 ‘머리 박기·엎드려뻗치기(26.2%)’였고, ‘손이나 발을 이용한 구타 행위(13%)’가 뒤를 이었다. 신체폭력은 선배선수(72%)나 코치(32%), 감독(19%)에 의해 기숙사(62%)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또 대학생 선수 10명 중 1명은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했다.

여성 선수는 ‘특정 신체 부위에 대해 성적 농담’을 하거나 ‘운동 중 불쾌할 정도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당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가슴이나 엉덩이 등을 강제로 만지는 것’, ‘신체 부위를 몰래 혹은 강제로 촬영하는 것’ 등 강제 추행이나 불법 촬영에 해당하는 성폭력도 있었으며 성폭행을 당한 경우도 2명이 있었다.

남자 선수는 ‘누군가 자신의 실체 일부를 강제로 만지게 하거나 마사지, 주무르기 등을 시키는 행위’가 많았다. 여자선수나 남자선수 모두 남자 선배에 의한 피해가 가장 커 이성은 물론 동성 간 성희롱도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4천924명 대학생 선수의 설문 조사 결과를 담은 ‘대학교 운동선수 인권실태 조사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대학생 선수 31%(1천514명)는 언어폭력을, 33%(1천613명)는 신체폭력을, 9.6%(473명)는 성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연합

◇ 성인이지만 외출·외박 제한…기숙사에선 선배 심부름해야

대학생 선수는 성인임에도 외출·외박은 물론 복장 제한까지 당하고 점호를 해야 하는 등 자기 결정권이 침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생 선수 중 84%는 현재 대학교 내 기숙사나 별도의 합숙소 등에서 합숙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합숙 생활 선수 중 26%는 ‘부당하게 자유시간, 외출·외박을 제한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액세서리 착용, 패션 등에 제한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도 25%에 달했다.

대학생 선수 B씨는 “오후 9시 반까지 숙소에 들어와야 해 일반 학생들과 놀거나 자유롭게 행동하기 힘들다”며 “통금 시간을 어기면 벌금 50만원 내야 한다”고 털어놨다.

기숙사 안에서도 저학년 선수는 고학년 선수와 한 방에 배정돼 잔심부름과 청소, 빨래 등을 도맡아 하는 구조였다.

대학생 선수 C씨는 “1학년은 심부름 등을 해야 해 각방에 한 명씩 들어가야 한다”고 진술했다.

대학생 선수는 학생보다는 선수로 취급받아 사실상 학업을 병행하기 어려웠다. 대학생 선수 76%가 ‘주말과 휴일에도 운동한다’고 답했고, 38%는 ‘하루에 5시간 이상 운동한다’고 응답했다. 운동량이 많다 보니 선수 60%는 ‘학교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조사한 결과 초중고 학생보다 성인인 대학생 선수들에 대한 일상적인 폭력과 통제가 더욱 심각함을 확인했다”며 “합숙소 생활도 과도한 규율과 통제로 인간다운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실태조사를 분석한 이규일 경북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는 “운동 중심의 운동부 문화를 해체하고 일반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통합형 기숙사 운영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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