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차량 잔해·바퀴 고속도로에 쌓여…처참했던 악몽 그대로

군위경찰서·한국도로공사·도로교통공단 등 관계기관 조사관들이 16일 오후 경상북도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 ‘블랙아이스’ 다중 추돌사고 현장에서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사고현장 고속도로에 그늘진 부분이 검게 젖어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블랙 아이스’로 인한 다중추돌 사고현장은 처참했다.

당시의 상황을 말해 주듯 차량의 잔해와 바퀴는 고속도로 가드레일 너머에 그대로 쌓여 있었고 바닥은 화재로 그을린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기자가 상주~영천고속도로 사고 현장을 찾아간 시각은 사고 발생 이틀 뒤인 16일 오후 1시 30분 무렵.

햇볕이 내리쬐는 하루 중 가장 높은 기온대인 시간이었지만 바닥은 얼음이 녹은 듯 물기로 축축했다.

일부 그늘진 곳은 미끄럽기까지 했다.

사고가 난 구간은 해가 머리 위에 있어도 그늘이 진 곳으로 산비탈을 돌아 곧바로 다리와 연결되는 굽은 도로였다.

그러나 현장에서 상습 결빙구간에 따른 안전운전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여전히 현장에서는 차들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제 속도 이상으로 쌩쌩 달리고 있었다.

더욱 정밀한 현장 조사를 위해 2시 30분부터 10여 분간 영천방면으로 향하는 편도 1, 2차선 도로가 모두 통제됐다.

차량통행이 일시적으로 차단되자 노면의 상태가 그대로 드러났다.

일부 구간은 곳곳이 움푹 패여 있는 곳도 있었다.

중앙분리대에는 차량이 미끄러져 쓸린듯한 자국도 선명했다.
군위경찰서·한국도로공사·도로교통공단 등 관계기관 조사관들이 16일 오후 경상북도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 ‘블랙아이스’ 다중 추돌사고 현장에서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지난 14일 새벽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40여 대의 차량들이 블랙아이스에 미끄러져 다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이날 2시부터 1시간가량 진행된 합동조사에는 경찰 15명과 한국도로공사 5명, 도로교통공단 6명 등 총26이 현장을 꼼꼼히 조사했다.

사고 원인으로 블랙 아이스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고속도로의 구조적인 문제와 안전장치 미비 등의 다른 원인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특히 위탁업체와 민자운영회사 측의 엇갈리는 주장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염화칼슘 살포 등의 제설작업에 대한 사실도 이번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상주-영천고속도로 사고는 지난 14일 새벽 4시 41분께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영천 방향에서 차량 20대가 연쇄 추돌해 6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으며, 비슷한 시각 사고지점에 2㎞ 떨어진 반대편 구간에서도 20여 대가 추돌해 1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사고 당시 현장의 기온은 -3.7℃로 새벽 2시께부터 눈과 비가 뒤섞여 내리고 있었다.

당시 사고현장의 운전자들은 “브레이크가 필요 없듯 차가 멋대로 움직였고 차에서 내려보니 바닥이 전부 얼음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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