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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설] 공명조와 비익조
[삼촌설] 공명조와 비익조
  •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 승인 2019년 12월 17일 17시 07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2월 18일 수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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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지조(共命之鳥).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다. ‘공명조(共命鳥)’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다. 어느 한 쪽이 없어지면 모두 죽고 만다. 이 새의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먹지만 이에 질투심을 느낀 다른 머리는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어버린다. 결국 이 새는 죽고 만다.

공명조와 대조적인 새 ‘비익조(比翼鳥)’가 있다. 비익조는 암컷과 수컷의 눈과 날개가 하나씩만 있어서 서로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하는 새다. 상주의 남장사 대웅전 수미단 조각에는 두 마리의 새가 한 몸으로 결합한 형상이 양각돼 있다. 비익조는 연인이나 부부 사이의 아름다운 사랑을 의미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결점을 보완하는 상생의 의미가 더 크다.

공명조나 비익조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비유하기 위한 상상의 새다. 연암 박지원은 까마귀와 백로에 빗대 인간의 편견을 비판했다. “까마귀는 뭇 새가 검다고 믿고, 백로는 희지 않은 새를 의아해 한다”고 시를 썼다. 연암은 흑백이 맞서 우기면 하늘도 못 말린다며 “사람에겐 두 눈이 있지만, 한쪽 눈이 없어도 또한 볼 수 있어. 하필 두 눈 있어야 밝게 보일까. 외눈박이만 사는 나라도 있는데”라고 했다. 까마귀와 백로가 비록 두 개의 눈이 있어도 저만 옳은 줄 안다면 외눈박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공명지조’를 추천한 영남대 철학과 최재목 교수는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자기도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현재 한국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이 성어를 골랐다”고 했다.

지금의 한국 정치는 조국사태와 선거법, 공수처법, 하명수사 등을 두고 여야가 극한 정쟁으로 날을 새고 있다. 흑과 백을 우기는 까마귀와 백로를 넘어 공멸의 길로 치닫는 ‘공명조’의 길을 가고 있다. 새는 외눈과 외날개로 하늘을 날 수 없다. 좌우 날개의 균형을 맞춰 하늘을 나는 ‘비익조’는 전설 속에만 있는 새인가. 중국 백과사전 ‘삼재도회’에는 “통치자가 현명해 덕재(德才)로 천하를 다스리면 비익조가 날아 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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