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간 접바둑 학습…열흘 연습한 이세돌에 허망한 패배
NHN "이세돌 78수 전혀 예상 못해…버그 아니고 학습량 부족"

이세돌 9단이 18일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은퇴 대국 제1국에서 흑 92수만에 불계승을 거둔 뒤 인터뷰를 하던 중 ‘한돌’ 개발사의 이창율 NHN 게임AI팀장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있다. 한돌은 NHN이 2017년 12월 선보인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다. 연합
국산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한돌’이 이세돌 9단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세돌은 18일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한돌과의 제1국에서 92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이번 대국은 객관적인 기력(棋力) 차이로 이세돌이 2점을 먼저 깔고 시작했다.

핸디캡을 안고 시작한 한돌은 초반 차분하게 공세를 펼쳤으나 이세돌의 78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애초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다소 허망하게 당한 패배였다.

이창율 NHN 게임AI 개발팀장은 국후소감에서 “솔직히 말해 전혀 예상을 못 한 상황”이라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팀장은 “이세돌 9단이 둔 78수를 한돌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알파고와의 4국에서도 78수로 이긴 것으로 기억하는 데 솔직히 소름이 돋는다”고 거듭 혀를 내둘렀다.

일각에서는 이세돌의 78수를 예상치 못한 한돌이 버그(오류)를 일으킨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 NHN 관계자는 “버그는 아니고 이세돌이 대처를 잘했다는 것이 개발진의 평가”라며 “이세돌이 신의 한 수를 뒀다”이라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이 18일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은퇴 대국 제1국에서 흑 92수만에 불계승을 거둔 뒤 복기를 하며 미소짓는 모습이 회견장 화면에 나타나고 있다. 한돌은 NHN이 2017년 12월 선보인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다. 한국 바둑의 간판으로 활동했던 이세돌 9단은 한국기원에 사직서를 제출하며 24년 4개월간의 현역 프로 기사 생활을 마치고 은퇴했다. 연합
유력한 패인은 그간 호선(맞바둑)만을 둬오던 한돌이 2점을 먼저 깔아주는 이번 승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돌은 호선에서는 그야말로 막강했다. 지금보다 기력이 10%정도 낮은 2.1 버전 시절이던 올해 1월 신민준 9단·이동훈 9단·김지석 9단·박정환 9단·신진서 9단과 호선을 펼쳐 5연전을 모두 이겼다.

한돌은 이번 대국을 앞두고 두 달여 동안 프로기사들과 접바둑을 두며 연습을 했다.

이 팀장은 “머신러닝(기계학습)이라는 게 학습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능력이 올라가는데 이번엔 학습량이 많지 않았다”며 “이세돌 9단이 물론 잘 둬서 그런 것이지만 전체적인 학습량이 부족한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세돌도 25년 프로 기사 생활에서 접바둑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대국을 앞두고 열흘 동안 연습한 게 전부라고 한다. 결국 나란히 낯선 상황에서 인간의 유연성이 기계를 앞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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