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허위사실 적시했다고 보기 어려워" 판단…2심도 항소 기각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18일 오전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매각 과정에 개입했다고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1·2심에서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13부(김용빈 왕정옥 박재영 부장판사)는 18일 정 후보자가 시사저널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지난해 초 시사저널은 정 후보자가 2014년 포스코건설의 송도사옥 매각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송도사옥의 지분을 보유한 사업가 박모씨가 높은 가격으로 사옥을 매각하기 위해 정치권 곳곳에 청탁을 했는데, 이 중에 정 후보자도 포함됐다는 의혹이다.

그 근거로 시사저널은 2014년 6월 정 후보자와 박씨 간에 이뤄진 통화 녹취록을 들었다.

녹취록에서 정 후보자는 포스코 측의 초벌 검토 결과를 박씨에게 알려주며 “‘(내가 포스코 측에)좀 더 체크를 해 봐라. 그래서 길이 없겠는지 연구를 해 봐라’라고 얘기를 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박씨가 “그쪽에서 역으로 지금 우리한테 인포메이션(정보)을 좀 주면서 ‘어떤 조건이 좋겠다’ 이렇게 얘기 한 번 해주시면 고맙겠다”고 하고, 정 후보자는 “그런 걸 어떻게 해보든지 얘기를 들어보겠다”고 답한 내용도 녹취록에 담겼다.

정 후보자 측은 이 보도와 관련해 “지역 구민인 박씨가 억울하다고 하니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 알아본 정도이지 어떤 부정 청탁도 없었다”며 시사저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은 “정 후보자가 단순히 민원을 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기사 내용이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1심은 녹취록 내용을 두고 “박씨가 노골적으로 계약 체결이 유력한 상태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정 후보자가 이에 응하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는 지역구민과 그의 통상적인 민원을 경청하는 국회의원이 나누는 평범한 대화의 수준을 현저히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 후보자의 이야기에 포스코건설 측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박씨와의 대화 내용이 일상적 민원제기 수준을 한참 벗어난 점 등에 비춰 보면 정 후보자가 단순히 민원을 전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당시 기사에 “(정 후보자가)개입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설명해 뇌물 의혹을 단정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1심은 “기사가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 보기 어렵고, 설사 정 후보자가 뇌물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기사 내용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 공익성이 인정되고 기자는 내용이 진실이라 믿을 이유가 있었다”며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 역시 이런 1심 결론이 옳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정 후보자 측이 추가로 제기한 반론보도 청구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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