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전단은 연나라의 침략으로 백척간두의 제나라를 구한 충신이다. 부하들을 거느리고 강을 건너던 전단은 강가에서 떨고 있는 노인에게 자신의 겉옷을 벗어줬다. 이 소문을 들은 제나라 양왕은 발끈했다. 신하들이 모인 자리에서 소리쳤다. “전단이 드디어 내 자리를 탐하는구나” “전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신하들이 물었다.

“전단이 백성들에게 옷을 벗어주는 것은 민심을 얻기 위한 수작이다. 그자가 이 자리를 빼앗기 전에 내가 먼저 전단을 쳐야겠다.” 말을 마친 양왕은 곁에 있던 관주라는 신하에게 물었다. “내 말을 어떻게 생각하나?” “짧은 생각입니다. 전단이 행한 선행을 전하 자신의 선행으로 만들면 됩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먼저 전단의 선행을 공표하여 백성 모두가 알게 하십시오. 그리고 나서 내가 백성의 굶주림을 걱정할 때 전단이 백성을 거두어 먹이고, 내가 백성의 추위를 걱정할 때 전단이 자기 옷을 벗어주었다. 전단의 생각이 내 마음과 그렇게 똑 같을 수 있나. 참으로 갸륵하다고 널리 알리십시오. 그렇게 하시면 전단의 선행보다 전하의 선심이 돋보일 것입니다.” 양왕은 관주의 진언대로 시행한 후 전단에게 양식과 옷을 한껏 주며 백성들에게 선행을 베풀도록 했다. 백성들은 전단의 선행이 전하의 은총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했다. 양왕에 대한 어진 임금이란 칭송이 온 백성에 퍼져나갔다.

어느 날 한나라 황제 문제는 법무 대신 장석지와 함께 자신이 죽으면 묻힐 무덤을 조성하고 있는 패릉에 갔다. 그곳엔 웅대하고 호화로운 분묘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것을 본 장석지가 말했다. “만약 저 속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구슬과 보물을 넣어 둔다면 설령 남산으로 겉 널을 만들고 쇠를 녹여 널의 틈을 막는다 해도 결국에는 사람들에게 열리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을 넣지 않는다면 돌로 만든 관을 쓰지 않아도 무슨 걱정을 하겠습니까?” 장석지의 거리낌 없는 선도에 문제는 호화판 능 조성을 중단시켰다.

통치자를 올바르게 선도하는 참모가 있어야 나라가 제대로 굴러간다. 18번이나 집값 대책을 내놨는데도 집값 대란을 잡지 못하는 것은 대통령을 오도하는 참모의 잘못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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