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포항 지진이 일어난 지 만 2년 햇수로는 3년째에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지진 당시를 떠올리며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규모 5.4 강진과 100여 차례 여진에 삶이 뒤흔들린 포항시민들의 아물지 않은 심정을 류희진 기자가 들어 봤습니다.

<리포트>

2017년 11월 15일, 조용하던 포항이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바뀌었습니다.

규모 5.4 강진과 백여 차례가 넘는 규모 2.0 이상의 여진은 포항시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두고 찾아간 포항시 흥해읍 이재민대피소.

지진이 발생한 지 어느덧 햇수로 3년이 됐지만, 이곳에서 만난 이재민들은 아직까지 지진 트라우마로 인해 불안을 느끼며 고통을 호소합니다.

<인터뷰>
이춘석/ 73·포항지진이재민
악몽에 깨고 잠은 무슨 잠요. 잠은 거의 못 자요. 원래부터 또 우울증이 있어요. 한 40년가량 앓고 있는데 그런(포항지진) 것도 있고 해서 더 안 좋아졌어요. 기침약도 항상 텐트 안에 있고 또 수면제도 있고 그래요. 약은 다 준비해 놓고 있어요.

지진 트라우마는 진앙지인 흥해읍 주민들만 겪고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최고은(25), 김미진(54) /포항시 용흥동
제가 어딜 가든 큰 소리가 나면은 무척 놀라서 지진이 아닌가 생각할 때도 많고요. 아니면 기상현상같이 천둥 번개 칠 때도 괜히 그게 지진인가 싶어서 실내에 있다가도 깜짝 놀라는 경우가 한 번씩 있거든요.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 지진 트라우마 고위험군만 50여 명.지진 이후 포항 시민 42%도 지진 공포와 트라우마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이영렬/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장
저한테 최근 오신 분들이 3분의 1 정도가 이미 약(우울증 약, 수면제 등)을 복용하고 계세요.
다른 사람과 관계 맺기, 이미 벌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나아가겠다는 생각, 무엇이든 좋으니까요. 규칙적으로 신체활동을 하고 운동을 하는 것. 이 3가지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극복에)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2년 넘도록 포항 시민들을 괴롭히는 지진 트라우마. 이들이 가진 마음의 상처를 더 따뜻하게 어루만져줄 수 있는 정부 차원의 관심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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